▲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지하 1층 푸드코트를 '테이스티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구성하고 전국 유명 맛집을 많이 모았다. 특히 성수동 매장이 많은 편이다. <더현대서울 홈페이지>
매장 면적이 고객의 휴식 공간보다 적어서는 안 된다는 통념을 깬 것이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백화점업계 최단 시간 내 연 매출 1조 원 돌파’의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현대백화점이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서울 성수동의 유명 맛집과 패션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더현대서울을 이른바 ‘미니 성수동’으로 만든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주요 식음료(F&B) 매장과 패션 브랜드 매장을 살펴보면 서울 성수동에 본점을 뒀거나 성수동에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을 둔 곳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식음료 매장부터 살펴보면 카멜커피와 앤드밀, 르프리크, 브레디포스트, 뵈르뵈르 등이 모두 성수동에서 시작해 전국구 명성을 얻은 유명 맛집들이다.
카멜커피는 2017년 6월 서울 성수동 조그마한 정밀공장을 개조해 시작한 카페다. 창업자는 오랜 기간 패션 분야에 몸담았던 경험을 살려 ‘패션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라는 콘셉트로 매장 내부를 빈티지하게 꾸며 이름을 알렸다.
카멜커피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인기 카페 중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최선호 카페다. 루이비통과 무신사, GS리테일 등 이름을 알만한 브랜드와 협업도 여러 차례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 문을 처음 연 2021년 2월 일찌감치 카멜커피를 주요 식음료 브랜드로 유치했다.
▲ 성수동 유명 브런치 식당 앤드밀은 조그맣게 시작했지만 SNS에서 유명해지면서 평일에도 줄 서서 먹는 식당이 됐다. 더현대서울에는 2022년 7월 입점했다. <앤드밀 인스타그램>
방마다 테이블 3~4개만 놓은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지만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해지면서 오랜 시간 대기해야만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인기 식당으로 거듭났다. 파니니와 샌드위치 등을 주요 메뉴로 판매한다.
앤드밀은 2022년 7월 더현대서울에 입점하면서 SNS에서 핫한 식당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광주 동명점, 서울 청담점 등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더현대서울 출범 초기에 입점한 르프리크 역시 성수동에서 유명해져 더현대서울 입점에 성공한 식당이다. 치킨버거로 유명한 이 햄버거 식당 역시 웨이팅은 기본이다.
SNS를 살펴보면 “절대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햄버거 맛집”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현대백화점의 눈에 띄어 더현대서울에도 매장을 냈다.
다만 성수동 본점과 더현대서울 매장의 콘셉트는 다르다. 성수동 본점이 정식 다이닝 콘셉트를 추구한다면 더현대서울 매장은 조리와 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르프리크가 더현대서울 매장 이름을 ‘르프리크캐주얼’로 지은 이유다.
브레디포스트도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유명 식음료 매장 가운데 성수동 출신 식당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브레디포스트는 프레즐 전문점으로 역사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성수동에서 문을 열자마자 유명해졌다.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산다’에서 배우 진지희씨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 버터 아이스크림 매장 뵈르뵈르는 어반자카파 멤버 박용인씨가 만든 브랜드로 유명하다. 성수본점과 더현대서울점을 거의 동시에 냈다. <뵈르뵈르 인스타그램>
뵈르뵈르는 유명 아티스트 어반자카파의 멤버 박용인씨가 만든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긴 대기줄이 형성될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매장임을 입증하고 있다.
성수동 매장의 인기는 지하 1층에 입점한 주변 매장을 살펴볼 때 더욱 돋보인다.
더현대서울에는 라그릴리아와 에그슬럿, 파리크라상, 오설록 등과 같은 전국적 외식 프랜차이즈도 많다. 이 가운데 성수동 매장의 수가 양손에 꼽을 정도로 입점한 것은 그만큼 더현대서울 식음료 매장 구성을 ‘미니 성수동화’ 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단 식음료 매장만 ‘제2의 성수동’으로 꾸민 것은 아니다.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 위치한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도 성수동에서 2018년 시작한 브랜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이 매장은 성수동을 오가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들려보는 매장으로 유명하다.
▲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는 성수동에 방문한 사람이면 꼭 한번씩 들리는 명소로 유명하다. <포인트오브뷰 홈페이지>
성수동에서 2020년 사업을 시작한 패션 브랜드 세터 역시 더현대서울 2층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이밖에도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보유하고 있는 마뗑킹, 스탠드오일, 쿠어, 시엔느 등 패션·컬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도 더현대서울에 모두 매장을 냈다.
더현대서울 지하 1~2층을 둘러보는 것을 놓고 사실상 성수동 핫플을 걸어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이 2030대 세대의 SNS에서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셈이다.
이밖에도 더현대서울은 성수동에서 반응이 뜨겁게 올라오는 브랜드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자주 팝업스토어로 유치하면서 ‘미니 핫플’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서울이 성수동 매장들만 집중해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한 브랜드가 많이 모이는 곳이 성수동이다보니 성수동 매장이 많아 보일 수 있다”며 “서울 용산과 같이 최근 뜨고 있는 유명 지역의 매장들도 더현대서울에 입점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의 MZ세대 방문 비중은 다른 백화점업계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서울의 고객 가운데 65%는 2030세대로 파악된다. 통상 20~30%대인 다른 백화점들의 2배가 넘는 수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