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백화점들의 VIP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경기침체로 소비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명품 등 고가품을 찾는 VIP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에게 쇼핑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백화점 VIP의 세계를 3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 주>

- 백화점 VIP의 세계 글 싣는 순서

① [백화점 VIP의 세계] 10억 넘게 써도 최고 등급 못 받는다고?
② [백화점 VIP의 세계] 최상위 VIP들만 받는 서비스 따로 있다는데
③ [백화점 VIP의 세계] 신세계 강남점 매출 절반이 VIP, 샤넬 구매 연평균 1억 넘어서
[백화점 VIP의 세계③] 신세계 강남점 매출 절반이 VIP, 샤넬 구매 연평균 1억 넘어서

▲ 백화점 3사는 내년 VIP 등급 기준을 상향했다.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비즈니스포스트] “상위 20%가 전체 시장의 80%를 책임진다.”

파레토 법칙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 바로 백화점이다. 

한 번에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대 제품을 구입하는 ‘큰손’을 잡기 위해 백화점들은 VIP에게 명품 브랜드 신제품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래 고객이 될 VIP의 자녀까지 공략할 정도다. 

31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지난해 국내 최초로 단일 점포 매출 3조 원이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VIP 고객의 구매력이다.
 
[백화점 VIP의 세계③] 신세계 강남점 매출 절반이 VIP, 샤넬 구매 연평균 1억 넘어서

▲ 신세계 강남점이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을 모두 유치하며 VIP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사진은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매장.

◆ 명품 매출 비중만 30%, ‘에루샤’가 다르긴 다르네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 구매 고객 가운데 소수의 VIP 매출 비중은 49.9%로 절반을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1조5천억 원 정도를 VIP들이 책임졌단 얘기다.

강남점을 제외한 신세계백화점 매장들에서 VIP 매출 비중이 35.3%인 것을 생각하면 VIP들의 ‘강남점 사랑’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 강남점이 VIP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은 다양한 브랜드다.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최대 수준인 1천여 개 브랜드와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매장을 모두 운영 중이다.

백화점 VIP 고객들은 대부분 명품 브랜드 VIP 고객이기도 하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명품 매출 비중은 25~30%로 백화점업계 최고 수준이다. 

1년 안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소비하려면 명품 소비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명품전문커뮤니티 의견을 종합해보면 샤넬 VIP 고객이 되기 위해서는 가방류가 아닌 의류·파인쥬얼리에만 매달 1천만~2천만 원 정도씩 써야한다.

샤넬 매장에서만 1년에 최소 1억2천만 원 이상을 쓰는 셈이다.

에르메스는 1년 동안 에르메스 제품 30여 개를 구매한 고객을 VIP로 선정한다.

의류와 신발, 가방, 그릇, 쥬얼리 등 에르메스 제품을 다양하게 사는 고객을 VVIP로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백화점 VIP라운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 제품 가운데 ‘품절대란’이 생기는 제품들을 VIP 라운지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VIP 고객들은 일반 매장 방문 고객보다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단 얘기다.
 
[백화점 VIP의 세계③] 신세계 강남점 매출 절반이 VIP, 샤넬 구매 연평균 1억 넘어서

▲ 백화점 VIP 고객들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이다. 사진은 VIP 고객의 쇼핑장면.<유튜브 '메이릴리' 캡쳐본>

◆ 상위 1% 고객이 점포 매출 30%를 책임진다고?

신세계 강남점 VIP 등급은 구매 금액 순서대로 트리니티, 다이아몬드, 플레티넘, 골드, 레드로 나뉜다.

가장 높은 등급인 트리니티는 신세계백화점에 가장 돈을 많이 쓴 최상위 999명이 받을 수 있다. 

정확한 선정기준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트리니티 고객들은 1억 원, 2억 원, 3억 원 이상 구매 시 각각 4천만 원, 1억 원, 2억 원 한도에서 10% 할인 혜택을 받는다. 기본 구매 금액이 ‘억’대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인터넷커뮤니에서 공유된 정보를 종합하면 지난해 트리니티 등급 기준은 약 2억5천만 원이다. 

트리니티 등급 고객 999명이 2억5천만 원씩만 써도 2500억 원이다. 일각에서는 3억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쓰는 고객들도 여럿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트리니티 고객들 매출만 3천억 원이 넘을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물론 트리니티 등급 고객들이 모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국 신세계백화점 가운데 강남점이 VIP 고객 이용률이 가장 높다는 점, 강남에 위치해 구매력 높은 고객들 방문이 잦다는 점 등을 생각하면 강남점이 트리니티 고객 매출을 가장 많이 가져갈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강남3조’라 불리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모두 VIP 고객 매출 비중이 다른 지점과 비교해 높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VIP 고객 매출은 60% 안팎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전국 롯데백화점 가운데 VIP 매출 비중이 가장 큰 매장은 잠실점이라고 말한다.
 
[백화점 VIP의 세계③] 신세계 강남점 매출 절반이 VIP, 샤넬 구매 연평균 1억 넘어서

▲ 백화점 VIP 고객들은 경기 불황과 관계없이 VIP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금액을 지불할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 강남점 라운지 어퍼하우스. <신세계백화점> 

◆ 백화점 VIP에게 경기 불황은 없다

“최상위 등급에서 이탈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VIP 고객은 경기 불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씀씀이를 늘려가고 있다”

8년 전 기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최상위 VIP들은 여전히 최상위 VIP다. 최상위 VIP 기준은 오히려 매년 높아지고 있다.

VIP 고객들은 코로나 펜데믹, 경기 불황 등에 관계없는 구매력을 가졌단 얘기다.

신세계백화점은 VIP 등급 기준을 높였다. VIP 수를 줄여 소수 고객에게 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는 평가가 많다. VIP 고객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더 많이 소비하고 향상된 대우를 받으라는 의도로도 읽힌다.

신세계백화점은 1억2천만 원 이상을 쓰는 고객을 위한 등급을 신설했다. 기존에는 트리니티 바로 밑 등급은 6천만 원 또는 1억 원 이상을 결제한 다이아몬드였다.

올해 다이아몬드 고객들은 새로운 등급을 받기 위해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1억 원 이상을 쓰는 다이아몬드들은 6천만 원을 쓰는 VIP와 차별화된 서비스가 사실상 없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백화점업계에서는 6천만 원 이상을 구매하던 고객들 가운데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두 배 이상 소비를 늘리는 고객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6천만 원을 쓴 다이아몬드 고객 1명이 신설된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6천만 원 정도를 더 써야한다. 1년에 400만 원 정도를 결제하는 레드 등급 고객 15명 매출과 동일하다.

구매력이 높은 최상위 VIP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이 낮은 등급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매출을 올리는데 효율적일 수 있는 것이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