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예상 밖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달성하면서 호실적의 배경인 연료비 미정산분의 미수금 처리 방식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수금을 떠안고 있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가스공사에 미수금을 내야 하는 처지임에도 미수금을 회계기준에 도입해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가스공사 이어 지역난방공사도 미수금 도입, 실적에는 안전장치 재무에는 뇌관

▲ 한국가스공사가 2월27일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4조5560억 원, 영업이익 1조5534억 원, 순손실 7474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27일 가스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4조5560억 원, 영업이익 1조5534억 원, 순손실 7474억 원의 누계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매출은 13.9%, 영업이익은 36.9% 줄고 순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1년이 지나는 동안 미수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가스공사의 도시가스 민수용 누적 미수금은 13조110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51.5% 증가했다. 도시가스 민수용 미수금에 도시가스 기타 미수금과 발전용 미수금을 모두 합친 누적 미수금 총액은 15조76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2% 늘었다.  

미수금은 전날 진행된 지역난방공사의 실적 발표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역난방공사의 예상치 못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미수금 제도 도입이 꼽혔기 때문이다.

26일 지역난방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3조9537억 원, 영업이익 3147억 원, 순이익 1994억 원의 누계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역난방공사는 연료비가 요금에 100% 반영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차액인 연료비 미정산분 4179억 원을 미수금으로 처리했다. 이를 비금융자산으로 반영하면서 3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가능했다.

지역난방공사는 그동안 연료비 미정산분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한국회계기준원 공식 해석을 거친 뒤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연료비 미정산분을 회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국제회계기준(K-IFRS)을 바탕으로 회계처리 기준의 제정, 개정, 해석, 질의회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기관이다. 

회계기준원의 해석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연료비를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하면 미수금은 자산으로 인식된다. 반면 연료비를 과잉 회수하게 되면 부채로 계산된다.

지역난방공사는 연료비 미수금 회계처리 도입과 관련해 “투자자에게 재무상황에 대한 정확한 재무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리적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스공사 이어 지역난방공사도 미수금 도입, 실적에는 안전장치 재무에는 뇌관

▲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월26일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해 연료비 미정산분 4179억 원을 미수금(비금융자산)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역난방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는 가스공사의 미수금 회계처리와 그 궤를 같이한다. 가스공사도 가스를 구입한 원료비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발생한 액수 차이를 비용이 아니라 미수금으로 처리한다.

이는 가스공사가 정부의 허가 없이는 가스비를 마음껏 올리지 못하는 만큼 가스비 미인상으로 발생한 손실분을 정부가 언제든 보전해 줄 것이라는 인식 아래에서만 가능한 회계처리 방식이다.

지역난방공사가 이번에 연료비 미정산분을 미수금 처리한 데에도 지역 난방비 인상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미수금이 부정적 역할만을 한다고 볼 수 없다. 미수금이 도입된 배경에는 공공요금 안정화라는 공기업의 공적 역할이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

가스공사 회계에 미수금 개념이 도입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이다. 정부는 연료비 인상분을 요금에 자동 반영하는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요금 안정화를 위한 장치로 미수금 제도를 도입했다.

미수금 제도는 실제로 가스요금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유럽 지역의 가스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 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한 것에는 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미수금 부담을 짊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회계처리 아래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13조 원을 넘는 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가스공사 국감에서도 미수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용인해주고 있어서 넘어가지만 미수금은 편법회계, 분식회계이고 사실상 적자"라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도 대규모 미수금에 위기감을 느끼고 재무체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2월22일 가스공사가 발표한 14조 원 규모의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 5개년 계획에는 △천연가스 인프라 구축 및 에너지 안보 강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투자 사업 조정 △비핵심 자산 매각 △금융기법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 △적극적 수익 개선 노력 △민관 협업 모델 구축 △인원 감축 및 자본구조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원료비 제도 합리화 용역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찰되기는 했으나 연동제 유보로 인한 누적 미수금 급증에 따라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점과 관련해 가스공사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미수금 부담이 커질수록 공기업의 구조적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공공요금 현실화 여부에도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2년 난방비 대란 이래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및 주주 환원 정책 강화 기조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26일 YTN뉴스라이브에 출연해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아마 전기료와 가스비의 현실화도 공론화될 것”이라며 “이제 본격적으로 5~6월이 되면 전기료에 대한 인상, 또 가스비에 대한 인상 이야기가 나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