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IT, 패션 등 분야 글로벌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 전략을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가 구글, TSMC 등 주요 기업에 밀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독일 비영리단체 ‘신기후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는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전략서 구글 TSMC에 뒤져, 독일 신기후연구소 분석

▲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전략에서 구글 TSMC에 밀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보고서는 기업의 기후 행동을 분석하는 ‘기업 기후 책임 모니터(Corporate Climate Responsibility Monitor)’의 특별판으로, 패션 및 IT 분야 글로벌 기업 10곳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전략을 평가했다.

IT기업 중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TSMC가 포함됐다.

평가는 ‘기업의 자체 운영을 위한 전략’과 ‘공급망(supply chain)을 위한 전략’ 두 부분의 관련 자료 공개 여부, 현재와 미래 시점 조달 목표 및 방법, 정책 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활동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보고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확대 전략을 분석한 결과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업이 주장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운영을 위한 전략 부분에서 투명성은 중간 등급에 해당하는 ‘보통(Moderate)’을, 이행 적합성(integrity)은 최하 등급인 ‘제한적(Limited)’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급망 전략에서는 투명성과 이행정합성 모두 ‘피상적(Shallow)’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상적’은 하위 2등급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최근 몇 년 동안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에 참여도를 높여왔지만, 그 전략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도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세운 2050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 등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국제적 약속을 달성하기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반면 TSMC는 지난해 9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OECD 회원국을 위한 전력 분야 탈탄소 벤치마크’에 따라 소비하는 전력 중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100%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전략서 구글 TSMC에 뒤져, 독일 신기후연구소 분석

▲ 글로벌 IT기업 5곳을 대상으로 재생가능 전력 전략을 평가한 표. 삼성전자는 표 상단의 '기업의 자체 운영을 위한 전략’에서는 최하위, 표 하단의 ‘공급망(supply chain)을 위한 전략'에서는 4위로 평가됐다. <신기후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

보고서는 많은 기업들이 활용 중인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 REC)’의 한계도 비판했다.

예를 들면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리아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노르웨이에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를 구입해 ‘불가리아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이미 전력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있는 노르웨이나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불가리아에 아무런 긍정적 효과를 주지 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더 나은 조달 방식이 있는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 방식을 고수하고 연간 단위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삼성전자의 방식은 변화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방식은 전력 구매 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 PPA)이나 실시간으로 전력 수요의 100%를 무탄소 전력으로 수급하는 ‘24/7 전략’으로 전환한 기업과 비교해 탄소배출량을 의미 있게 줄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TSMC 역시 해외 지사 등에서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구매 방식을 활용한다. 하지만 TSMC는 2020년 해상 풍력 개발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2022년까지 모두 발전용량 2.9GW 규모로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보고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전력 구매 계약 체결에 비용이 많이 들고 관료적인 절차가 복잡한 대만에서도 TSMC가 우수한 형태로 재생에너지 조달을 시작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의 저자로 참여한 토마스 데이(Thomas Day) 신기후연구소 기후정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방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실질적으로 줄이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삼성은 대만에서 공급업체들과 함께 전력 구매 계약을 진행하는 TSMC의 사례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를 향해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 틀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틀이 기업이 탈탄소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엔 부족하다고도 봤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정부가 해상풍력법안 및 영농형태양광법안 등으로 좁은 국토에서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한편, 금융 지원과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관련 산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자체 운영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력 전략이 합리적인 수준의 이행정합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은 구글이 유일했다.

하지만 공급망을 위한 전략은 대부분 미흡하다고 평가받았다. ‘공급업체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운영하는 애플만 ‘보통’이었고 다른 기업은 모두 ‘피상적’이거나 ‘제한적이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