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2조 원 안팎 규모의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 수주를 통해 수주 공백기에 알짜 일감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의 고객사인 선사들이 상선 발주를 축소하며 조선사들의 수주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독보적 건조실적을 보이는 FLNG에서 고가 일감을 확보한다면 안정적 이익 흐름을 지속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 수주 공백기에 플랜트 힘줘, 최성안 ‘2조’ FLNG 연간 2기 조준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플랜트 수주에 힘을 주고 있다.


3일 조선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 건조 역량과 다수의 수주 후보군을 기반으로 올해 FLNG 연간 2기 수주체제를 확립하며 안정적 이익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거의 끝 무렵에 북미 지역 발주처와 FLNG 1기에 대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을 체결하며 FLNG 수주 잔고를 2기로 늘렸다. 

이번에 수주한 FLNG의 계약 규모는 2조101억 원(약 15억 달러)으로 2022년 연결 매출의 33.8%에 이르는 액수다. 계약 규모가 큰 FLNG를 수주하며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간 수주목표 달성률도 72%에서 단숨에 87%로 뛰었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FLNG는 6기로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건을 포함하면 5기의 FLNG를 수주했다. 이 가운데 3기는 이미 건조해 인도까지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건조된 FLNG 4기 가운데 3기는 삼성중공업이, 1기는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실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은 건조 기술력이나 경험도 가장 뛰어나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1기에 2조 원 안팎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FLNG 발주사업자로서는 다수의 건조 이력을 지닌 검증된 조선사를 선택해 건조를 맡길 유인이 크다고 볼 수 있다. 

FLNG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삼성중공업의 수주 잠재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중공업은 북미에서만 델핀(Delfin), 세다(Cedar), 크시리심스(Ksi Lisims) 등의 발주처에서 10기 안팎의 FLNG 수주 후보군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잠비크의 코랄술 프로젝트에서도 FLNG 수주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FLNG 연간 2기 수주·건조를 통해 수주잔고를 쌓고 이익기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액화천연가스 수요 증가와 함께 육상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대비 납기 경쟁력이 있는 FLNG에 대한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본설계(FEED) 단계에 참여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안건들이 다수 있어 연 1~2기의 FLNG 수주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수주 공백기에 플랜트 힘줘, 최성안 ‘2조’ FLNG 연간 2기 조준

▲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정조준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상선 분야의 수주 공백기에 접어든 상황인 만큼 삼성중공업에게 FLNG룰 비롯한 해양플랜트 건조사업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데 매우 요긴한 일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의 고객사인 선사들의 발주 감소 징후는 이미 지난해부터 가시화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 조선사 3사 가운데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연간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수주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HD한국조선해양조차도 2022년보다는 수주실적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조선사 3사 중 가장 먼저 2024년 수주·매출 계획을 공개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38.6% 낮춘 158억2800만 달러로 잡았다. 

선사들의 발주 축소 추세를 반영해 수주 눈높이를 낮춘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상선과 비교하면 훨씬 가격이 높은 해양플랜트 쪽에서 일감을 확보면 상선 수주 공백기를 지나면서도 안정적 이익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에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FLNG 계약 규모가 2조 원이 넘는 데서 알 수 있듯 FLNG는 국내 조선사들의 대표적 고가 수주 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보다 7배 정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리스크와 원가만 잘 관리한다면 상선보다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최성안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에 합류해 정진택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이루며 공동 경영을 하다 올해부터 단독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경영한다.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에너지사업팀과 조달팀, 화공사업팀, 플랜트사업팀 같은 화공플랜트 분야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엔지니어 경력이 많지만 사업과 조달 분야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육상 플랜트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FLNG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사업에 접목할 여지가 큰 셈이다. 

이봉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친환경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여 전통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중공업은 국내 최고 해양플랜트 건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다수의 가스 관련 프로젝트에서 수주 여력이 경쟁사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