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러시아-우크라 전쟁 리스크 가시화, 최성안 악재 커질까 ‘초긴장’ 

▲ 삼성중공업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리스크를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중공업이 과거 러시아 조선소로부터 수주했던 수 조원 대의 선박 블록 및 장비 공급계약과 관련한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손실이 발생한다면 올해부터 본격화한 영업 흑자기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관련 리스크에 따른 손해를 최소화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쪽 조선소와 체결한 블록 및 장비 수주계약에서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삼성중공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조선소를 특별지정제재대상(SDN)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해당 조선소의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을 상대로 한 거래가 금지된다면 기껏 일을 해놓고 막대한 금액의 재고만 떠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조선소 즈베즈다에 북극해 프로젝트에 쓰일 LNG(액화천연가스)운반쇄빙선 15척과 셔틀탱커 7척의 블록·기자재를 공급하기로 돼 있었다. 합쳐서 7조5천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수주물량이다.
 
삼성중공업 러시아-우크라 전쟁 리스크 가시화, 최성안 악재 커질까 ‘초긴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러시아-우크리이나 전쟁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즈베즈다와 맺은 계약은 일반적으로 조선사와 선사가 맺는 선박 건조계약과는 달리 현지 조선소 즈베즈다가 껴있는 형태다. 삼성중공업이 블록과 기자재를 제작해 공급하면 즈베즈다가 이를 통해 선박을 최종 건조해 선사에 납품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수조 원대 일감이 사라질 수 위기에 놓인 셈이다. 더구나 이미 제작 진행률이 높은 물량들은 상황에 따라서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적잖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제작해 놓았는데 선사가 발주를 취소하거나 인도를 거부한다면 돈을 떼이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5척의 LNG운반쇄빙선과 관련해 블록·기자재 제작을 거의 마무리해 인도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제작에 따른 대금 수취가 다 끝나기 전까지는 이 역시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사들은 건조 진행상황에 따라 선사로부터 대금을 받는데 통상 인도 시점으로 갈수록 많은 대금을 받는다. LNG운반쇄빙선 5척 외에 나머지 물량과 관련해서는 제작 진행률이 높지 않아 손실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는 손실 가능성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향후 상황에 따라 돌발 변수를 맞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른 국내 조선사인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러시아 측과 건조계약을 맺었던 3척의 LNG운반선과 관련해 계약 해지 뒤 다른 선사와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이 계약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한화오션을 상대로 중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도 즈베즈다 조선소 납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내년 중요한 경영과제로 삼고 리스크 최소화에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러시아-우크라 전쟁 리스크 가시화, 최성안 악재 커질까 ‘초긴장’ 

▲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삼성중공업>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올해 삼성중공업에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정진택 대표이사 사장과 각자대표체제를 이루다 내년부터는 최 부회장 단독대표체제로 전환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연결 영업이익 196억 원을 거두며 2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3분기까지 흑자기조를 유지·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뿐 아니라 국내 대형 조선3사가 모두 과거 저가 수주분을 거의 털어내고 높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며 실적에 반영하기 시작한 만큼 당분간 실적 개선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 부회장으로서는 삼성중공업에 합류한 첫 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내년 단독대표체제에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대하며 ‘꽃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골치 아픈 일을 만나게 된 셈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제작이 마무리 단계에 이른 5척 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수출허가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17척 분에 대해서는 지난해 제재가 시작된 뒤 회사에서 공정을 아예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주가 취소되더라도 손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