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업계에서 점포별 매출 순위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이다. 올해 매출 1~10위에 순위 변동이 생길지 백화점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사진은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
백화점의 점포별 매출 순위는 백화점업계의 자존심 싸움과 같은 일이다. 각 백화점들이 내색하지 않아도 경쟁기업의 점포별 매출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특히 매출 순위 1~10위는 더욱 중요하다. 얼마나 잘 장사를 잘 했는지를 떠나 어떤 기업이 백화점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이기 때문이다.
22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2023년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내년 각 백화점들의 주요 점포 매출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1, 2위는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냈던 백화점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었다. 매출 2조8398억 원을 냈었는데 올해는 20일 기준으로 매출 3조 원을 넘기며 1위를 일찌감치 예약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17년 롯데백화점 본점을 매출에서 앞선 뒤 지난해까지 6년째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 순위 2위였던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올해 순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지난해 매출 2조5982억 원을 냈다. 올해도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파악되지만 3조 원 돌파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2위에 머물렀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위와 4위 싸움이다.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과 부산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지난해 각각 매출 1조9343억 원, 1조8449억 원을 내며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 나란히 3등과 4등을 했다.
하지만 두 점포의 매출 격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두 점포의 매출 격차는 900억 원가량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출 성장률이 2020~2022년 3년 연속으로 롯데백화점 본점을 앞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이어졌다면 순위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남은 9일 동안 누가 얼마나 더 장사를 잘 하느냐가 순위 싸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모두 연말까지 정상영업 한다고 가정했을 때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의 매출이 2조 원을 넘길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두 점포 모두 매출 2조 원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동안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 막판 행사 기간의 실적에 따라 두 회사의 매출 순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출 순위 5위인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6위인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순위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매출 1조4532억 원을 내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매출을 141억 원 차이로 근소하게 따돌렸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역시 매출 성장률에서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2년 연속으로 앞섰다는 점에서 올해 5위권 도약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개장 4년11개월 만인 2021년 11월 ‘연매출 1조 원 클럽 백화점’에 이름을 올리며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5년4개월)을 5달 앞당긴 바 있다.
▲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사진)은 올해 백화점업계 점포별 매출 순위에서 2위를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조2375억 원, 1조2260억 원, 1조2244억 원, 1조2214억 원이다.
7위와 10위의 매출 격차가 161억 원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누가 얼마나 마케팅에 힘을 줬느냐에 따라 순위가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이들 4개 매장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도 12~15%대로 비슷했다.
각 백화점기업들은 12월 들어 주요 점포 매출을 하나씩 공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일 기준으로 더현대서울의 올해 누적 매출이 1조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더현대서울을 오픈한 지 33개월 만에 달성한 기록이다. ‘연매출 1조 원’ 달성 속도가 제일 빨랐던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의 기록을 2년2개월이나 앞당겼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신세계백화점도 20일 기준으로 서울 강남점의 연매출이 3조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백화점 단일 점포가 매출 3조 원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연매출 3조 원을 낸 백화점은 손에 꼽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롯데백화점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다만 올해 연말까지 서울 소공동 본점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1일 입장자료를 보냈다.
백화점들이 주요 점포의 연매출 규모를 공개하는 것은 그만큼 주요 점포 매출이 뜻하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 순위에 대놓고 일희일비하지는 않지만 경쟁사의 주요 점포 매출을 앞질렀느냐, 혹은 뒤졌느냐는 모두에게 예민한 문제다”며 “특히 비슷한 지역에 있는 경쟁사 점포 매출은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본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