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에어가 업계 3위 티웨이항공에 역전을 허용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불투명해지면서 대한항공의 계열사 진에어는 적극적인 사업확대에 신중했던 반면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선 티웨이항공이 뒤처지고 있던 각종 지표를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티웨이항공에 역전 허용 진에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지연돼 냉가슴

▲ 진에어가 대한항공과 아니사아나항공 합병 지연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29일 진에어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기재 B737-8 2대 도입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항공업계는 기재도입 연기를 두고 박병률 대표의 신중한 사업 확대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불투명해지며 사업 확대에 어느 정도 제약이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한다면 산하에 있는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의 통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서다.

이들 항공사의 3분기 말 기준 기체 수를 단순 합산하면 54대로 단숨에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을 앞지르는 기단을 보유하게 된다. 다만 중복 노선의 조정이 예상돼 현재 노선 늘리고 기재를 도입하는 일이 쉽지 않다.

진에어 관계자는 “제조사 사정으로 기재 도입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진에어도 올해 들어 상반기 B737-900 여객기 1대를 추가 도입하고 인천~베트남 푸꾸옥, 인천~나고야, 부산~타이베이, 부산~도쿄, 부산~나트랑 등 신규 취항지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진에어가 신중한 행보를 걷는 동안 티웨이항공은 진에어를 앞서갔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누적 영업이익 누적 수송객수(1~10월) 등 지표에서 진에어를 앞질렀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저비용항공사 2위 자리를 차지하며 성공을 자축하는 모습이다. 

2019년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의 구도는 올해와 달랐다. 2019년 당시 1~10월 누적 탑승객은 진에어가 745만 명, 티웨이항공이 666만 명으로 진에어가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티웨이항공이 826만명, 진에어가 820만 명으로 티웨이항공이 우위에 있다.

특히 매출 기여도가 높은 국제선에서는 티웨이항공이 진에어보다 36만 명을 앞서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세 항공사간 기단 규모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진에어의 기단규모는 3분기 말 기준 27대로 제주항공 40대, 티웨이항공 30대와 비교해 규모가 적다. 

국제선 공급능력을 측정하는 공급 좌석거리(ASK)의 3분기 수치를 살펴보면 티웨이항공은 36억2800만km, 진에어는 28억37만km로 차이를 보인다.

작은 기단 규모에도 밀도있는 기재운영과 수익성 높은 지역 위주의 탄력적인 노선 운용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는 있다. 진에어가 393석 규모의 광동체 여객기 B777-200ER 4대를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기단 규모가 많은 항공사가 중단거리 노선 확대에 유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티웨이항공은 대형기체를 포함해 기체 7대를 추가 도입한다는 내용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격차를 벌리려고 한다. 늘어나게 될 운항에 맞춰 올해에만 네 번째 신입 객실승무원 채용을 진행하고도 있다.
 
티웨이항공에 역전 허용 진에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지연돼 냉가슴

▲ 항공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향후 합병 이후 예고된 산하 저비용항공사 통합으로 인해 이들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업확대에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티웨이항공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는 점도 진에어에겐 예상하지 못한 대목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한국~유럽 일부 노선에서의 경쟁제한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티웨이항공에 유럽 노선 슬롯(공항에 특정시간대에 이착륙할 권리)일부와 기재 및 운영인력을 이관한다는 제안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의 3개 국가의 기업결합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기업결합 승인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인 채로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진에어 관계자는 “내년 2~3월 정도 사업계획 수립을 완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