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 상장사들이 올해 ESG평가에서 전반적으로 등급이 상승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3개의 세부평가 항목(환경, 사회, 지배구조)을 살펴보면 지배구조 부문에서 종합등급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어 이 부문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인다.
5일 한국ESG기준원의 ESG경영등급 평가에 따르면 CJ그룹 9개 상장사 가운데 5개 기업이 A등급(우수)을 기록하는 등 CJ그룹 상장사들의 ESG평가등급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3가지 세부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CJ그룹 상장사들은 사회 항목에서 종합평가등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고 지배구조에서는 종합평가보다 낮은 등급을 받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가 공개된 CJ그룹 주요 계열사의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지배구조 핵심 지표와 관련해 미준수 항목을 확인할 수 있다.
CJ는 △주주총회 4주전 소집공고 실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집중투표제 채택 등 총 15개 핵심 지표 가운데 3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CGV 등도 같은 지표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CJ는 “ESG모범규준에 따라 주주총회 4주전 주주 대상 소집 통지 및 공고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주회사 특성상 연결재무제표 작성 및 감사에 투입되는 소요 시간으로 인해 4주전 권고사항은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ENM은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과의 차이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는데 △집중투표제도 배제 △서면투표제도 미도입 등의 미준수 항목이 확인된다. CJ프레시웨이는 집중투표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은 것은 이사회 소집의 효율성 차원에서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원 경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2022년 발간한 논문 ‘기업규모에 따른 ESG 평가등급이 신용등급 혹은 타인자본비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대기업의 경우 ESG 세부 평가 항목 가운데 지배구조 등급이 높아야 기업의 이자비용을 줄이는 데 효율적이다'라는 분석을 내 놓은 바 있다.
하지만 CJ그룹은 최근 재무 구조 악화로 이자 부담도 늘고 있다.
단적인 예로 CJ의 경우 상반기 연결기준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이자지급액이 429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자지급액 2592억 원보다 늘어났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8월28일 펴낸 보고서에서 “2021년 콘텐츠·식품·플랫폼의 주력 사업 관련 전략적 투자 계획 발표 이후 대규모 지분 인수를 비롯한 투자 규모 확대로 그룹 전반의 차입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CJ그룹은 안정적인 영업현금창출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 지분투자 물류시설 및 설비투자 등에 따른 자금소요가 큰 편이다. 실질 재무 부담은 회계상 지표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한신평 측은 분석했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1년부터 CJ그룹의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장이 2021년 11월 CJ그룹 사내방송을 통해 중기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CJ >
특히 CJ프레시웨이는 환경과 사회 등 세부평가 항목을 각각 한 단계씩, CJ제일제당은 사회와 지배구조 항목이 각각 한 단계씩 높아졌다.
CJ, CJ대한통운, CJCGV 등은 각각 1년만에 A등급으로 재진입하며 지난해 등급하락을 만회했다.
특히 CJCGV는 환경 항목 점수가 B에서 A로 사회 항목 점수가 B+에서 A+로 각각 2단계 씩 상승하는 등 세부평가 항목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거뒀다.
CJ대한통운은 기후변화대응보고서 발간, 친환경에너지 물류사업 진출, 물류센터 폐기물 감축노력, 자원선순환 체계 구축 등의 친환경 활동이 결실을 맺으며 지난해 평가에서 B+이었던 환경 항목 점수가 A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스튜디오드래곤이 C에서 B+로 3단계 상승했고 CJ씨푸드가 B에서 B+등급으로 상승했다, 다만 CJENM이 올해도 B+ 등급에 머물고 올해 처음 평가받은 CJ바이오사이언스가 C등급이 매겨진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재현 회장이 CJ그룹의 ESG경영에 속도를 낸 것은 2021년부터다.
이 회장은 2021년 11월 CJ그룹의 ‘2023년 중기비전’ 발표 당시 “CJ그룹 각 계열사들은 컬처와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하겠다”며 “기본 정신과 철학은 웰니스와 서스테이너블리티, 즉 공동번영·공정·갑질불가·상생은 기본이고 세계적 흐름인 ESG에 기반한 신사업으로 미래 혁신성장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ESG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CJ그룹은 2021년부터 상장한 계열사마다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그룹 ESG 정책 전반을 심의·자문하는 ESG자문위원회를 두면서 ESG경영을 확대하고 있다.
CJ는 ESG 8대 중대이슈로로 △친환경 제품·콘텐츠·서비스 개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및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후변화 대응 △인권 존중 및 보호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조직문화 내재화 △순환경제 실천 △투명경영 강화 및 준법·윤리경영 확대 △지속 가능한 공급망 조성 등을 선정해 성과를 매년 보고 하고 있다. 현재 CJ그룹 상장사 가운데 7곳이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있다.
ESG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재무 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CJ그룹으로선 지배구조 부문에서의 등급 상승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선민 한국ESG기준원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펴낸 간행물에서 “글로벌 ESG 정보공시 체계 확립으로 기업들은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ESG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