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임원인사 곧 다가온다, 신동빈 장남 신유열 승진해 보폭 넓힐지 주목

▲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다가오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역할을 확대할지 관심이 쏠린다. 신 상무가 9월22일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정식 개장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가오는 인사에서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에게 더 많은 역할을 맡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이 직접 신 상무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 긍정적 입장을 내놨던 만큼 신 상무의 고속승진 가능성도 일부 있어 보인다.

다만 신 상무가 롯데그룹에서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올해는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11월 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너 일가인 신유열 상무의 승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 신 상무는 상무로 승진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인사에서 처음으로 상무 직급을 달았다.

하지만 그가 이번 인사에서 또 승진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신 회장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신 회장은 9월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 상무가 유통 분야에서도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앞으로도 생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당시 “(신 회장의 답변은) 신유열 상무와 관련해서 현재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있는 상황으로 앞으로도 유통을 포함해서 국내와 해외사업 현장을 전반적으로 살피면서 공부해 나갈 계획이라는 뜻이다”고 해명했지만 신 상무가 유통 계열사에서도 일정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신 상무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는 롯데그룹의 사업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크게 유통군과 화학군, 식품군, 호텔군으로 나눴을 때 화학군 소속 계열사들이 2022년에 낸 매출은 모두 28조6594억 원이다. 매출 비중으로 따졌을 때 유통군(25.5%)보다 높은 33.8%다.

이를 감안하면 신 상무가 현재처럼 롯데케미칼에서 경영 수업을 받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룹을 대표하는 회사에서 업무를 익히는 것은 어느 재벌그룹에서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유력 후계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통에서도 발을 넓히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재계 순위 10위였던 롯데그룹이 2010년 재계 순위 5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면세점 등 대형 유통업의 성과를 빼놓고는 얘기하기 힘들다.

신 상무는 실제로 롯데케미칼 소속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여러 행사에 모습을 비추며 유통업계 감각도 틈틈이 익히고 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정식 개장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물론 3월 한국을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을 직접 마중하기도 했다.

그가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 뒤 영업본부 유통기획부 리테일을 담당했던 것도 유통업을 알아야 롯데그룹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일본 롯데에서 약 2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마지막 1년은 영업전략부 소속으로 현장 경험을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 상무의 승진을 통해 유통 계열사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면 앞으로 경영수업에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다만 신 상무가 현재 롯데그룹에서 아직 경영보폭을 확대하기에 적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승진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롯데그룹 임원인사 곧 다가온다, 신동빈 장남 신유열 승진해 보폭 넓힐지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 상무는 현재 롯데케미칼 소속 상무로 일본 동경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 성과는 베일에 싸여 있다.

유통업을 틈틈이 챙긴다고는 하지만 신 회장이나 그룹의 주요 경영진 뒤를 따라다니는 정도에 불과해 아직 역할을 확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이 롯데그룹 안팎에 적지 않다.

유통 계열사의 상황이 아직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신 상무의 유통군 배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유통 계열사의 실적이 뒷걸음질한다면 신 상무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신 상무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도 승진 인사를 진행하는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한국 재벌그룹은 후계자 경영수업을 진행하면서 자녀들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만다는데 중점을 둔다. 나중에 회장에 오를 때 기업경영을 충분히 잘 해냈다는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신 상무는 한국 롯데그룹에 모습을 보인지 이제 1년 반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신 상무가 최근 수 년 동안 고속 승진을 거듭했다는 점은 또다른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신 상무는 2020년 일본 롯데 부장으로 입사한 뒤 2년 만인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상무보가 됐고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상무로 승진했다.

오너일가의 고속 승진이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신 상무의 역할 확대에 좀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공산도 커 보인다.

신 회장도 1990년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 나서며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5년가량 재직하다가 1995년에서야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