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중공업이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힘입어 고부가 친환경 선박 일감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세계적 친환경 기조에 발맞춰 관련 선박 건조와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는데 그런 노력이 친환경 선박 수주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중공업 고부가 친환경 선박 일감 차곡차곡, 정진택 수익성 회복도 가속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환경 규제에 발맞춰 고부가 친환경 선박 수주와 관련 기술개발에 힘쓰면서 이익체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12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선박 수주 계약을 잇달아 따내며 수주물량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다.

LNG는 화석연료라는 점에서 유해물질이 완벽히 배제된 청정에너지는 아니지만 탈탄소로 가기 위한 과도기에 필수적인 친환경연료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0일 아시아 선사와 3508억 원 규모로 LNG 운반선 1척에 대한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선박은 2026년 9월까지 건조를 완료하고 선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에서 대표적 친환경 선박 가운데 하나인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1만6천TEU급) 16척을 수주했다. 수주 규모만 약 4조 원에 달한다. 

앞선 4월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한 선사와 약 6745억 원 규모로 LNG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렇듯 올해만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1기, 메탄올 연료추진 컨테이너선 16척, LNG 운반선 7척 등을 수주하면서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조선·해양 부문에서 고루 일감을 늘려가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기존 석유연료선박보다 높다.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은 기존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보다 선가가 15%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중공업이 친환경 선박 일감을 늘려가는 것은 최근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데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모든 해운사는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탄소 배출을 70% 줄여야 한다. 신규 건조 선박에만 적용되던 탄소 배출규제는 현존 선박 모두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시황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2031년까지 LNG운반선과 메탄올추진선 같은 친환경 선박들이 매년 150조 원 넘는 규모로 신규 발주되는 등 관련 시장이 총 15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러한 세계적 친환경 흐름을 바짝 따라가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친환경 관련 분야에 역량을 쏟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초 사내방송에서 “글로벌 기후위기는 당면 과제이자 새로운 기회다”며 “에너지 대전환기에 맞게 친환경 미래선박과 무탄소 연료기술 상용화를 선도하고 사내·외 탄소배출 감축 등 환경경영을 적극 실천하자”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LNG 운반선의 용접속도를 약 5배 증가시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레이저 고속 용접 로봇을 개발했다.

같은 달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가스에너지 전시회 ‘가스텍 2023’에 참여해 액화천연가스·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을 소개하고 세계적 엔진 개발사인 윈지디와 친환경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도 맺었다.

8월에는 노르웨이선급협회(DNV)로부터 탄소포집저장에 쓰이는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주입 설비(FCSU) 기본인증을 받았다. 탄소포집저장은 공기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해 영구 격리시키는 친환경 기술이다.
 
삼성중공업 고부가 친환경 선박 일감 차곡차곡, 정진택 수익성 회복도 가속

▲ 삼성중공업은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친환경 기조에 맞춰 다양한 관련 선박 수주와 기술개발에 힘쓰며 향후 친환경 분야에서 입지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모습.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이렇듯 친환경 선박 일감을 늘려 수익성을 빠르게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선종별 인도기준 수주잔고를 보면 LNG선은 사실상 2027년까지 물량을 확보했다"며 "메탄올추진 컨테이너선 수주 등에 힘입어 삼성중공업은 친환경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주 경쟁력도 유지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024년 매출 9조6157억 원, 영업이익 516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실적 집계 추산치보다 매출은 21.29% 늘고 영업이익은 145.63% 증가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영업이익이 2천억 원을 넘어서며 2015년부터 8년 동안 이어지던 영업적자 고리를 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세를 몰아 내년 이후 수익성을 더욱 빠르게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올해 초 제49회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를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삼아 정상화 궤도에 올릴 것을 약속한다”며 “이와 더불어 친환경 관련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친환경 기술 선도회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