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외손녀들 롯데그룹 내 보폭 넓어져, 경영참여 활발해질지 주목

▲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들이 롯데그룹 안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조카들을 위한 행동 반경을 넓혀주고 있다는 시각도 떠오른다. 사진은 2020년 1월20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에 신영자 전 이사장이 들어서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들이 롯데그룹 내에서 보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가장 아꼈던 딸로 알려진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딸들이다.

신 전 이사장은 과거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둘째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편을 들어주면서 ‘신동빈 체제’를 다지는 데 기여했다.

신동빈 회장이 과거에 받았던 배려를 되갚는 차원에서라도 신 전 이사장의 자녀들에게 롯데그룹 내 활동 반경을 넓혀줄 수 있다는 시각이 떠오른다.

6일 롯데그룹 안팎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의 외손주 4명 가운데 롯데그룹 경영에 비교적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신 전 이사장의 둘째 딸인 장선윤 호텔롯데 전무가 유일하다.

장 전무는 현재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에서 일하고 있다. 호텔롯데 운영본부장 겸 운영기획부문장을 맡다가 지난해 3월 미국 롯데뉴욕팰리스 담당 임원으로 이동했다.

장 전무는 롯데그룹 내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했고 이후 롯데쇼핑 해외상품팀 바이어, 롯데백화점 해외명품1팀장, 해외명품통합팀장 등을 거쳤다.

2005년 롯데쇼핑 이사대우로 승진해 백화점사업본부 해외명품팀장을 맡았으며 2007년 호텔롯데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했다. 2008년 고문으로 물러나 한동안 롯데복지재단에서 활동하다가 2015년 호텔롯데 해외사업개발담당으로 복귀한 뒤 R&D부문장을 지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 전무의 맏언니인 장혜선씨도 롯데그룹 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 감지된다.

장혜선씨는 8월17일 열린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회에서 새 대표이사에 올랐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2009년 신격호 명예회장이 고향인 울산의 발전을 위해 사재 570억 원을 내 만든 재단이다.

장혜선씨의 롯데삼동복지재단 대표이사의 선임은 사실상의 추대로 이뤄졌다.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새 대표이사 적임자를 추천해달라는 이사회 임시 의장의 발언에 한 이사가 “재단을 설립하신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장손녀이자 초대 신영자 대표이사님의 따님이신 장혜선 이사를 추천한다”며 “장 이사님께서는 신 총괄회장님의 고향 사랑이라는 유지를 받들어 재단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가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삼동복지재단 나머지 이사 4명은 모두 이 발언에 전원 동의한다고 얘기했고 곧 임시 의장의 가결 선포로 장혜선씨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일사천리’로 끝났다.

장 대표와 관련해 알려진 사실은 많이 없다. 롯데삼동복지재단에 따르면 1995~2005년 엠제이애드, 2001~2003년 엠제이유통, 2002~2005년 엠제이띵크 등의 대표이사를 역임한 것으로 확인된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회사들은 신 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추진한 사업들 가운데 화장품과 같은 일부 분야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외부 활동이 없다가 갑작스럽게 롯데그룹의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재단의 대표이사에 오른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장 대표는 지난해 롯데장학재단 이사에 오르기도 했다.

어머니인 신 전 이사장이 오랜 기간 이끌었던 복지재단의 자리를 사실상 물려받고 있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앞으로 롯데그룹 내에서 일정 수준 역할을 부여받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나온다. 롯데그룹에서 역사가 긴 사회복지재단에서 계속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오너의 배려가 없으면 힘든 일인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여러 사회복지재단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안에서 일정 역할도 맡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지주 지분 3.26%, 롯데칠성음료 지분 5.38%, 롯데웰푸드 지분 5.26%, 롯데역사 지분 5.33%, 롯데캐피탈 지분 0.48% 등을 들고 있다. 재단의 특성상 의결권은 부여되지 않지만 롯데그룹에 우호적 지분이라는 점만 보면 중요도가 결코 낮다고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신동빈 회장이 과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던 시절 누나인 신영자 전 이사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점도 신 전 이사장 딸들의 역할이 일부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에 힘을 싣는다.

신영자 전 이사장은 2015년경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터졌을 때 초기에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편에 서는 듯 했지만 입장을 180도 바꿔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실은 바 있다.

다만 롯데그룹 측은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비영리 사회복지재단 대표는 그룹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사회복지재단 대표 자리를 놓고 이런저런 시각이 오가는 것은 너무 나간 얘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삼동복지재단도 나름 이사회가 갖춰져 있다"며 "오너의 입김에 따라 특정인을 대표로 선임하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격호 외손녀들 롯데그룹 내 보폭 넓어져, 경영참여 활발해질지 주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과거 경영권 분쟁 당시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받았던 배려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조카들을 배려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장혜선 대표와 장선윤 전무를 제외한 신영자 전 이사장의 다른 자녀들은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 전 이사장의 셋째 딸인 장정안씨는 과거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영캐주얼 바이어로 일했지만 2004년 국제변호사와 결혼한 이후에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경 신 전 이사장의 개인회사인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 이사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이후 행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 전 이사장의 장남인 장재영씨는 과거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홍보전단지 전담하던 유니엘이라는 회사의 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비판이 일면서 업종을 부동산임대업으로 전환한 뒤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이사장과 그의 딸들은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일부 들고 있다.

신 전 이사장은 롯데지주 지분 3.31%를 비롯해 롯데웰푸드 지분 2.51%, 롯데칠성음료 지분 2.94% 등 모두 13개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선윤 전무는 롯데지주 보통주 801주를 가지고 있으며 장정안씨는 롯데지주 지분 0.07%와 롯데웰푸드 지분 0.14%를 들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아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