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선박뿐 아니라 해양플랜트에서도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업계의 친환경사업 전환이 대체로 선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들보다 강점을 지닌 해양플랜트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친환경 해양솔루션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친환경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정진택 해양플랜트 기술이 '무기'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강점을 지닌 해양플랜트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6일 삼성중공업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 사장은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가스산업 전시회 ‘가스텍2023’에서 친환경 기술력을 홍보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가스텍2023을 통해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와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기존 주력 제품 외에도 액화이산화탄소(LCO2)운반선, 암모니아·수소운반선, 부유식 풍력·원자력발전설비 등 친환경 분야 제품을 다수 선보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암모니아를 적용한 선박 기술 개발에도 한층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암모니아는 친환경 연료인 수소의 저장·운반 매개체로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 탄소제로 로드맵 보고서’를 통해 암모니아가 2050년 전체 선박 연료의 46%를 차지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가스텍2023을 계기로 세계적 엔진 개발사인 윈지디(WinGD)와 암모니아 엔진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을 체결하고 한국선급으로부터 대형 암모니아 추진운반선 등에 관한 기술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친환경 분야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은 비단 삼성중공업만의 과제는 아니다.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친환경 전환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대다수 조선업체들이 친환경 기술 확보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해운 규제 강화에 영향을 받는 조선업계로서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선박과 관련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춰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의 친환경 행보 역시 이런 조선산업의 큰 흐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정진택 사장은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지닌 해양플랜트 기술력을 적용한 친환경 해양솔루션을 마련하며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조선사들 가운데 해양플랜트 분야 기술 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뒤 기술과 경험 부족으로 큰 손실을 입기도 했지만 지금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며 해양사업에서 영업이익률 10%를 목표로 할 정도로 기술 수준이 향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의 하나인 FLNG에서는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양형모 DS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그동안의 경험과 기술력 축적으로 독보적 해양플랜트업체가 됐다”며 “초대형 FLNG에 대해서는 세계 조선소 가운데 경험적으로 가장 우세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역량은 친환경 분야에서도 십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노르웨이 선급으로부터 기본인증을 받은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주입 설비(FCSU)' 역시 해상플랜트 기술력이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 탄소포집저장 설비 인증 획득, 친환경 해양사업 가속

▲ 삼성중공업이 MISC와 공동 개발한 FCSU. <삼성중공업>

FCSU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영구 격리시키는 데 활용되는 탄소포집저장(CCS)에 활용되는 설비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확산되면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세계에서 개발 또는 검토되고 있는 탄소 포집 및 저장 프로젝트는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의 FCSU는 글로벌 해상 에너지솔루션 기업인 MISC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길이 330미터, 폭 64미터로 영하 50도 이하의 액화이산화탄소 10만 입방미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고압 탱크 용량을 갖췄다.

FCSU의 선체 상부에 탑재되는 주입 모듈은 연간 5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면 아래로 보낼 수 있다. 연간 5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는 승용차 약 330만 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은 FCSU에 적용할 격자형압력탱크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 래티스테크놀로지와 관련 분야 기술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격자형압력탱크는 기존 실린더형이나 구형으로만 가능했던 고압력 탱크를 직육면체 박스형 등 원하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어 공간 배치 효율성이 높고 압력용기 크기가 커져도 재료의 두께가 유지돼 대형화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격자형압력탱크를 활용하면 액화이산화탄소의 저장 용량은 키우고 비용을 낮출 수 있어 FCSU는 물론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에 적용하는 모델을 개발하는 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해상원전 플랜트 역시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역량이 활용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소형 용융염원자로를 활용한 해양플랜트 개발을 추진하며 덴마크 시보그,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소형 용융염원자로 실증 뒤 전체 발전설비의 상세설계 등을 거쳐 2028년까지 제품을 상용화한다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정진택 사장은 이런 해상원전 플랜트 프로젝트를 다른 친환경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4월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시보그와 용융염원자로를 적용한 해양플랜트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자리에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는 기후 변화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 솔루션”이라며 “부유식 수소, 암모니아 플랜트로 확장 가능한 차세대 기술”이라고 말했다. 

부유식 해상풍력도 삼성중공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9.5MW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모델을 자체 개발해 뒀다. 대형 해상풍력발전 부유체 모델을 개발해 노르웨이 선급(DNV)으로부터 기본설계 인증도 받았다. 

이와 함께 세계 3대 선급인 미국선급(ABS), 노르웨이 선급(DNV), 영국 로이드선급(LR)로부터 해상풍력 발전기 설치선박(WTIV)의 개념설계에 관한 기본인증도 획득한 바 있다. 

정 사장은 3월17일 경기도 성남시 삼성중공업 판교 R&D센터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식 원자력 발전,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 설비 등 플로팅(부유식)기술을 활용한 신제품군 확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해양플랜트 기술력을 친환경 분야에 다방면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