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전망 밝다, 최성안 선박 발주 둔화 조짐에도 '든든'

▲ 조선업계에서 선박 발주량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해양플랜트 수주로 미래 실적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수주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선박 발주량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수 있다는 일부 관측 나오고 있지만 해양설비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삼성중공업은 강점을 보유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미래 실적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조선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여러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일반 상선 분야와 비교해 다소 뜸했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와 스플래시247 등 외국 매체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은 남미 북부에 위치한 국가 가이아나에서 6번째 해양 프로젝트를 위해 약 129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이아나에서는 현재까지 110억 배럴 이상의 원유와 가스가 발견됐다. 엑손모빌은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 2기를 통해 하루에 40만 배럴 가량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대 10개의 해양 프로젝트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윕테일(Whiptail)로 명명된 6번째 프로젝트는 엑슨모빌이 가이아나에서 앞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FPSO를 설치한다. 프로젝트를 위한 해저 구성품 설치는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초에 시작된다. 

FPSO는 국내 조선사들도 건조해 본 경험이 있는 해양설비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2013년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를 역대 최고가인 3조4천억 원에 수주해 2018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이 있다. 

엑손모빌 외에도 여러 에너지기업들이 해양설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 셰브론, 영국 셸,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도 해양플랜트의 기본설계(FEED) 입찰을 하거나 최종투자결정(FID)을 준비하며 해양플랜트 발주를 위한 예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박 발주 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잠재 일감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조선사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3년치에 가까운 일감을 쌓아 놓았다. 수주잔고를 쌓는 동안 선박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왔던 만큼 선박을 건조하면서 반영되는 실적도 지속해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전망 밝다, 최성안 선박 발주 둔화 조짐에도 '든든'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5월31일 서울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삼성중공업의 주요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문제는 일시적으로 발주량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태인데 운임은 하락한 탓에 해운사들의 선박 발주 여력이 약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비록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에너지의 40척 규모 LNG운반선 2차 발주가 임박한 만큼 국내 대형 조선3사가 각각 10척 넘는 잠재 일감을 확보해 놓고 있는 셈이지만 카타르에너지 발주가 마무리되면 한동안 발주 공백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봉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현재 조선사들이 협상 중인 선박의 발주가 일단락되고 난 뒤에는 발주 공백이 2024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메이저 이외의 선사들은 환경규제에 대한 대안이 한두가지로 압축될 때까지 투자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때마침 해양플랜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선박 발주 공백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건조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건조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 4척 모두 한국 조선사가 만들었는데 이 가운데 3척을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나머지 한 척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들었다. 

2022년 12월 4번째로 FLNG를 수주했는데 수주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발주된 FLNG 5척 가운데 4척을 수주한 것이다.

수주 가능성이 높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후보군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2분기 실적발표 설명을 통해 “코랄술 2 FLNG, 델핀 FLNG 1·2호기, 세다(Cedar) FLNG 등 여러 수주 풀을 보유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연간 2기 수주 체제를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 해양플랜트 전망 밝다, 최성안 선박 발주 둔화 조짐에도 '든든'

▲ 삼성중공업의 차세대 FLNG 독자모델인 MLF-N. <삼성중공업>

플랜트 전문가로 꼽히는 최성안 부회장으로서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좋은 여건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1989년 삼성엔지니어링 화공팀에 입사해 삼성엔지니어링에서만 30년 넘게 일하다 지난해 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 부회장은 올해 3월 삼성중공업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정진택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꾸리고 있다. 

최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화공플랜트 대부분 분야를 경험하며 플랜트 전문성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플랜트 분야에 밝은 만큼 삼성중공업에서 육상플랜트 노하우를 해양플랜트 역량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 부회장은 사업과 조달 등 주요 사업 부문장도 두루 거쳤던 만큼 기술 분야는 물론 사업 운영 측면에서도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연내 모잠비크 코랄2 FLNG를 수주할 예정이며 매년 2기의 FLNG를 비롯한 해양플랜트 공사가 가능한 상황으로 북미에서 8~9개의 FLNG가 기본설계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만큼  4~5년의 수주 후보군(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의 FLNG는 안전하고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고 분석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