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아워홈 노사는 2023년 4월부터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했으나 8월 현재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측의 임금 인상에 대한 견해차가 크다. 노조는 8.5~13%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1.9~4%대 인상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 및 단체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1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냈다. 만약 중앙노동위원회가 오는 24일까지 조정에 실패한다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지난해 아워홈 실적이 좋았던 만큼 임금인상에 대한 노조의 기대감이 커 중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워홈은 2022년 연결매출 1조8354억 원, 영업이익 537억 원을 내면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그러나 2023년을 해외진출의 해로 삼으려고 했던 구 부회장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구 부회장은 지난 1월 시무식에서 2023년을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삼고 향후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 부회장은 ”이제 해외 사업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올해부터 국내를 넘어 Compass, Sodexo 같은 글로벌 단체급식기업을 경쟁사로 설정하자”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아워홈과 같은 단체급식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국내 단체급식시장은 레드오션이 됐으며 대기업의 급식사업 진출도 막히면서 더 이상 국내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아진 탓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 반도체, 배터리기업들이 미국과 베트남, 동유럽에 신규생산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은 아워홈을 비롯한 단체급식기업들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아워홈에게 전통적으로 가장 큰 고객이었던 LG전자 및 그 계열사들이 고객이 돼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아워홈은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단체급식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기업의 재무 체력이 좋아야 하는데 아워홈은 과거에 단행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채규모가 높아져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그동안 아워홈은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잘 유지해왔으나 2020년 202.8%까지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이를 구 부회장이 2022년 말 141.2%로 축소시켜둔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총차입금 규모는 2022년 기준 6170억 원 규모에 육박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 2월 이랜드그룹에서 재무건전화 작업을 수행했던 재무전문가를 영입하기도 했다.
앞서 구 부회장은 올해 초 대주주 가족들의 막대한 배당 요구를 물리치면서 기업의 재무체력을 아껴두는 데 성공했다. 2023년 3월 아워홈 최대주주(지분율 38.56%)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에 2966억 원을 배당하라는 주주제안을 했다.
이는 아워홈의 2022년 순이익(225억 원)의 11배에 이르는 수준이며 아워홈의 현금성자산보다 많은 액수였기 때문에 경영진은 물론 아워홈 노조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구본성 전 부회장이 제안을 철회했으며 대신 총 30억 원의 배당이 이뤄졌다.
이 사건은 그동안 사측과 고통을 함께해 온 아워홈 노조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4월부터 노조 역시 대대적 임금인상과 그동안 받지 못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 부회장은 2021년과 2022년 6%대 임금인상에 동의했다. 2021년 임금인상 때는 13일 만에 노사협상이 타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진통이 길어지고 있다. 구 부회장이 2023년 찾아온 두 번째 고비를 넘길지 주목된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