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3D 센서 기술 XR과 자율주행에도 탁월, 정철동 애플만 보지 않는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3D센서 기술을 앞세워 고객사 범위 넓히기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3D(차원) 센서 기술을 활용해 기존 스마트폰뿐 아니라 확장현실 기기, 자율주행차와 배송로봇 분야로 고객사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애플 의존도를 점차 낮춰갈 것으로 보인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이 강점을 가진 3D 센서 기술의 활용도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자율주행과 메타버스에 핵심 기술인 라이다와 레이더, ToF(비행거리 측정) 센서 등 3D 입체영상을 구현할 광학기술과 통신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유일한 업체로 평가된다”며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낼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의 3D센서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제품으로는 ToF 센서가 꼽힌다. ToF 센서는 이미지센서와 결합해 3차원 이미지를 만들어내 피사체를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게 잡아준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초점을 빠르게 잡아줄 뿐 아니라 확장현실(XR) 기기에도 들어가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을 합쳐주는데도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 자율주행차와 배송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임새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LG이노텍의 독보적 3D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를 다양하게 넓히는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그동안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카메라 모듈 사업에 집중하면서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잡고 성장해왔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 애플 의존도가 75%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돼 한 기업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LG이노텍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 8조2830억 원 가운데 애플로 추정되는 단일 고객사 매출이 6조2215억 원으로 전체의 75.1%를 차지한다. 지난해 상반기 72.1%에서 더욱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출시될 애플 아이폰15에도 잠망경(폴디드줌) 카메라와 고화소 카메라 모듈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애플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LG이노텍의 높은 애플 의존도를 두고 몰락한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와 유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JDI는 일본 히타치와 도시바, 소니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해 2012년 출범한 회사로 애플 아이폰에 들어갔던 LCD를 주로 만들고 공급하면서 성장했다.

2013년만 해도 20.9%였던 JDI의 애플 매출 의존도는 2014년 31%, 2015년 41%에 이어 2016년 절반을 넘겼다.

그 뒤 JDI는 애플이 2017년부터 일부 아이폰 모델에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면서 JDI의 아이폰용 LCD 납품 물량이 줄어들자 내리막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LCD라는 디스플레이 단일 품목에 편중돼 있던 JDI와 다르게 LG이노텍은 다앙한 부품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정 사장도 이런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도 “(카메라 모듈과 같은) 광학부품사업을 비롯한 핵심 부품사업의 내재화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데 힘쓰겠다”며 “특히 전기차 및 자율주행에 들어갈 첨단부품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LG이노텍 3D 센서 기술 XR과 자율주행에도 탁월, 정철동 애플만 보지 않는다

▲ 카메라모듈과 전기차 구조도 모습.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정 사장은 애플에 납품하는 카메라 모듈 기술뿐만 아니라 3D센싱 기술 분야를 비롯한 첨단기술로 성장하는 자율주행과 로봇 산업에 접목할 잠재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고해상도 3D 센싱 모듈을 개발했고 차량용 레이더 모듈과 자율주행용 하이브리드 렌즈를 개발하는 등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D센싱 기술에는 라이다나 레이더와 같은 부품도 포함돼 있어 자율주행과 배송로봇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키우는 분야에서 활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청은 최근 발간한 산업보고서에서 자동차와 로봇 분야에서 자동화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3D센싱 기술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욥디벨롭먼트에 따르면 3D 센서 시장은 2020년 약 65억 달러(8조6천억 원) 규모에서 2026년에는 150억 달러(21조4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의 특정 업체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모바일과 자율주행차 및 로봇 사업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 3D센서 기술제품 라인업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