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자기주식 매입에 현금 쏟아, 인수합병에 서정진 사재 부담 커지나

▲ 셀트리온이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넣어 인수합병 재원 마련에 서정진 회장에 기대는 부분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기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면서 보유한 현금이 줄어들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약개발기업 대상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인수합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 기대는 부분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셀트리온 보유 현금은 작년 말보다 상당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셀트리온은 올해 들어 대규모로 자기주식 매입을 추진하면서 현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시한 자기주식 매입만 4건으로 모두 2천억 원 규모다. 

셀트리온은 2022년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을 합쳐 모두 5900억 원가량을 보유했다. 5일 결정된 마지막 자기주식 매입 건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에는 현금 3700억 원대가 남을 것으로 추정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마찬가지로 올해 자기주식 매입에 약 750억 원을 투입해 작년 4600억 원 수준이었던 보유 현금을 대폭 헐어냈다. 결과적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자회사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현재 현금을 모두 더해도 1조 원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셀트리온그룹이 마련하고자 하는 신약개발기업 인수합병 재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서정진 회장의 경영복귀를 계기로 신약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자체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한편 신약개발 플랫폼기술을 지닌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4조~5조 원 규모 자금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현금이 모자라다고 해서 인수합병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서 회장이 지원에 나설 수 있어서다.

서 회장은 3월 경영복귀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수합병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셀트리온 3사가 보유한 현금을 동원할 뿐 아니라 개인 주식을 비롯한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개인 재산이라고 해서 무시할 규모는 아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최대주주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고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도 상당량 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 회장 보유주식 평가액은 약 8조 원으로 추산됐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주식재산이 2번째로 많은 것이다.
 
셀트리온 자기주식 매입에 현금 쏟아, 인수합병에 서정진 사재 부담 커지나

▲ 셀트리온이 향후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사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자란 재원을 서 회장 홀로 충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자금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셀트리온이 사들인 자기주식 자체도 인수합병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자기주식 매입에는 주가 급락에 따른 주가 관리의 이유도 있겠으나 인수합병에도 자기주식 거래가 활용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서 회장도 이런 시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요구하는 셀트리온 주주들에게 “주식 조각을 통해 주가가 2~3% 오르는 것보다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게 회사에는 더 큰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자기주식 매입은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3사 합병을 앞두고 주가를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행사할 경우 합병은 무산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보유한 주식을 회사가 사도록 요구할 권리를 말한다.

다만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에도 최근 셀트리온 주가는 눈에 띄는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16만 원 중후반대에 있던 주가는 5월 18만 원대에 접근한 뒤 현재 14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