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케미컬의약품에 대거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여유가 생긴 자금은 셀트리온의 신사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초 회사에 복귀하면서 기존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사업 규모를 키우는 한편 신약개발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정진 ‘선택과 집중’에서 케미컬 빠지나, 셀트리온 미래는 신약개발·시밀러에

▲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 의약품 판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케미컬의약품사업보다 바이오시밀러,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업전략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일본 다케다제약으로부터 사들였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약품 판권에 대해 타 기업으로부터 매각을 제안받아 검토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2020년 12월 다케다제약으로부터 한국, 태국, 대만, 필리핀, 호주 등 9개 지역에서 판매되는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인수했다. 거래 규모는 2억7830만 달러(당시 3074억 원)에 이르렀다.

당초 셀트리온은 판권 인수를 통해 케미컬사업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연구개발 역량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약 2년 반 만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노선 변경에는 서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서 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나 최근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3사의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다시 현장에 뛰어들었다.

서 회장은 복귀한 뒤 케미컬의약품사업이 당초 기대보다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공산이 크다. 

케미컬의약품사업은 다케다제약 판권 인수 등의 영향으로 지속 성장해 지난해 매출 6535억 원을 기록함으로써 셀트리온 연결기준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46억 원에 그쳤다.

반면 주력인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의약품사업은 매출 1조9375억 원, 영업이익 6176억 원을 내 영업이익률 31.9%를 달성했다. 케미컬의약품보다 약 6배 더 높은 수익성을 보인 셈이다.

현재 셀트리온의 관심도 케미컬의약품사업보다는 ‘더 많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 쪽에 집중돼 있다. 둘 모두 서 회장이 3월 복귀와 함께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서 회장은 기존 주력인 바이오시밀러사업에서는 다양한 제품 허가를 추진해 신규 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은 올해에만 바이오시밀러 최대 5개의 허가를 신청해 2025년까지 전체 제품군을 11개로 늘리기로 했다.

신약개발 쪽에서도 과감한 가이드라인이 수립됐다. 서 회장은 2030년까지 매출 40%를 신약으로 거둔다는 포부를 내놓고 내년 안에 이중항체 신약 6개, 항암제 4개 등에 대한 임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이런 계획들을 진행하는 과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다. 특히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단순히 임상 등에 비용이 들어갈뿐 아니라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신약개발기업 대상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무려 4조~5조 원 규모 재원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1분기 기준으로 셀트리온그룹이 보유한 현금은 셀트리온3사를 합쳐 1조 원을 밑돈다. 

서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인수합병 재원에 보태겠다고 약속했지만 회사 차원에서도 다케다제약 의약품 판권 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점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셀트리온이 재원 마련과 별개로 다케다제약 의약품 기반의 케미컬의약품사업 성장을 지속 추진할 수도 있다. 셀트리온 측에 따르면 판권 매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