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반중국 공급망 재편에 반발하는 미국 기업들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023년 5월29일(현지시각)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아사아 최대 컴퓨터 관련 전시회인 컴퓨텍스(COMPUTEX)에서 발표하고 있다. 젠슨 황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공급망 재편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로 최근 주가가 폭등해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가세한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지난 5월25일 주가가 300달러 내외에서 단숨에 25%나 폭등해 400달러에 도달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을 잇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순식간에 부상한 순간이었다.

하루 전날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최근 들어 글로벌 대기업 경영자로는 가장 도전적인 언사를 했다. 그는 24일자 <파이낸셜타임스>와 회견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반중국 공급망 재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막으려고 도입한 수출통제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 “손을 등 뒤로 묶게”하고, 미국 첨단기술 회사들이 최대 시장 중 하나에서 첨단 반도체 등을 팔 수 없게 하는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매할 수 없다면, 그들은 자체적으로 그것을 만들 것이다”, “미국은 조심해야 한다. 중국은 기술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만약 우리가 중국 시장을 빼앗기면, 우리는 이에 대한 비상계획이 없다. 다른 중국은 없고,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

젠슨 황의 이날 비판은 사실상 미국 정부를 향한 욕설에 가까울 정도로 신랄했다.

잰순 황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 증설을 권장하기 위해 52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이 포함된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 제정도 중국과의 교역을 제한하면 쓸데없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미국 기술 산업이 (중국 시장 손실로) 3분의 1 정도의 능력을 상실하면, 아무도 미국의 팹스(반도체 제조시설)를 필요치 않을 것이고, 우리는 팹스에서 헤엄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젠슨 황은 중국이 미국 기술산업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면서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이론적으로 (최첨단 반도체가 대부분 제작되는) 대만 밖에서 반도체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다음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로 인한 영업실적 향상을 젠슨 황이 직접 공개한 덕분으로 보인다. 젠슨 황이 전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공급망 재편을 신랄히 비판한 것도 이런 엔비디아의 높아질 위상에 대한 자신감에서 나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 젠슨 황은 실리콘밸리나 미국 첨단기업들을 대신해 총대를 멨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적당한 시점을 고르는 등 치밀한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자 미국 기업 혁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31일 베이징에 도착해,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이른바 ‘관심 종자’로 떠벌리기 좋아하는 머스크는 이날 기자들에게 자신의 이번 방문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도 꺼놓았다.

하지만, 머스크는 미-중 대결로 양국의 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도착하자마자 친강 중국 외교부장에 이어 진좡롱 산업장관을 잇따라 만났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성명에서 머스크가 중국 내 테슬라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경제를 “샴 쌍둥이”라고 묘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떼어놓으려고 하는데 머스크는 두 나라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는 샴 쌍둥이라고 말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중국에서 보인 머스크의 행보는 말로 그친 젠슨 황의 비판보다도 더 신랄하게 바이든 정부를 공격한 것이 아닐 수 없다.

테슬라는 지난 4월 고조되는 미-중 대결 속에서 대규모 메가팩 배터리를 제작하는 새로운 공장을 중국에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함께 미국이 중국의 제조능력을 제한하려는 전략 품목인데도, 테슬라는 공장 증설을 치고 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국은 이제 테슬라에게 제1의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공장을 가동했다. 그 이후 코로나19 폐쇄와 철시를 겪으면서도 지난해 8월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이는 테슬라의 글로벌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인 모델 와이(Y)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9만4천대의 모델 와이가 올해 1분기 동안 중국에서 팔렸다. 미국과 유럽에서 보다 더 많이 팔렸다.

미국 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한 불만은 상공회의소 등 기업들의 이익단체 차원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반중국 공급망 재편의 일환으로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인태 경제프레임워크)의 14개국이 지난 27일 ‘공급망 협정’을 타결했다.

그런데 미 상공회의소, 전국제조업자협회(NAM), 미국 200대 대기업의 협의체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30개 기업 관련 이익 단체들은 공개적인 항의 및 유감 표명 서한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공급망 협정의 핵심은 공급망 위기 때 협정 참가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공조하는 것이다.

미 재계 단체들은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이 협상을 위한 행정부 제안들의 내용과 방향이 의미있는 전략적, 상업적 결과들을 전달하는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서 미국의 무역, 경제적 이익들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점점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과 자본이 정부에 보통 요구하는 시장 확장, 이를 위한 관세 인하나 규제장벽 철폐는 없고, 오히려 시장을 축소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협정이 타결되자, 기업들이 불만을 터뜨렸다고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기업 단체들의 이런 비판에 대해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은 “완전히 틀렸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에 대한 오해만을 반영한다”고 일축했다.

기업들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하고자 하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젠슨 황, 일론 머스크, 미국 200대 대기업을 상징하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및 상공회의소의 이런 움직임은 반중국 공급망 재편에 대해 기업들의 불만과 우려가 비등점을 넘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힘이 센 자본과 기업은 그 생명줄인 이익과 시장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한다. 이는 역사는 여러 차례 분명히 보여줬다.

또, 이익과 시장을 위해서라면 평화의 선구자가 되기도 한다. 이제 미국 기업과 자본들이 나선다면, 미국의 반중국 공급망 재편은 최대 변수를 만나게 된다.

반중 공급망 재편에서 가장 절박한 상황에 있는 쪽은 한국의 대기업들이다.

한국 정부는 최대 교역시장인 중국과 등을 돌리고 있고, 미국 정부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영업을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하자, 미국 정부는 한국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서 그 부족분을 대체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것인가? 한국 기업에게도 어려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다. 정의길/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