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29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기조 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RTX 4060Ti과 노트북을 함께 들고있다. 그는 자사 그래픽처리장치가 초당 60프레임에서도 레이트레이싱과 인공지능 기능을 원활히 지원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인공지능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면서 기존 주력 사업인 PC용 그래픽카드 성능 발전에 소홀해지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인공지능 열풍으로 GPU 수요가 폭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신제품 가격까지 크게 올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주요 소비자층이던 게이머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29일(현지시각)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PC용 그래픽처리장치 '지포스 RTX 4060Ti'는 가격 대비 성능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브스는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다수의 게이머들이 엔비디아 제품에 분노하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 가격을 높이면서도 가격에 맞는 게임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이 다수의 게이머들을 실망시켰던 것이다.
실제로 레딧에는 'RTX 4060Ti'를 리뷰하는 게시글 하나에만 ‘이전 제품인 RTX 3060Ti보다 성능이 나쁘다’, ‘16GB 제품이 500달러(약 66만2500원)의 고가에 이 정도 성능을 내는 데 그치는 것은 우스울 뿐이다’ 등 수백여 개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포브스는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하며 상대적으로 게임용 그래픽 분야에는 소홀해지고 있다고 느끼도록 만든 점이 이러한 비판적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A100과 H100 등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체 실적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자연히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서비스 학습과 운영에 특화한 신형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주로 고성능 게임 구동에 쓰이는 PC용 그래픽카드용 GPU 기술 발전에 엔비디아가 이전보다 미진한 성과를 보여주면서 게이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높은 가격과 비교적 뒤떨어지는 성능뿐 아니라 엔비디아가 해당 사업에 불확실한 계획을 두고 있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엔비디아가 2022년 10월 출시를 예고했던 RTX 4080 12GB 모델을 돌연 취소한 뒤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이머들의 부정적 시각은 실제 엔비디아 매출에도 반영됐다.
엔비디아의 2023년 1분기 실적에서 PC용 그래픽처리장치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38% 감소했다.
그러나 포브스는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분야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올해 초 대비 170% 이상 급등하고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 1조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PC용 그래픽카드 부문에서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의 성장동력을 인공지능 기술에서 찾았기에 게이머들을 위한 기술 개발에 큰 힘을 쏟거나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할 필요성이 낮다는 뜻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PC용 그래픽카드 성능에 대한 비판을 두고 “반도체 기술이 매년 두 배로 발전하거나 제품 가격이 낮아진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과거의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앞으로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만큼 엔비디아의 PC용 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을 개선하거나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