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밀린 롯데, 신동빈 ‘4대 성장동력’으로 ‘5대 그룹’ 복귀 노린다

▲ 롯데그룹이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밀려난 것은 13년 만의 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재계 순위 6위."

올라가는 일밖에 없어보였던 롯데그룹이 13년 만에 '5대 그룹'에서 탈락했다. 10대그룹 가운데 순손실을 낸 유일한 기업집단이 롯데그룹이라는 점은 신동빈 회장에게 더욱 아픈 지점이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에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새 사업의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내느냐가  롯데그룹의 위상 회복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떨어진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우선 롯데그룹이 ‘5대 그룹’ 타이틀을 놓게 된 것이 내부적으로는 다소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는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2010년 처음으로 재계 순위 5위 오른 뒤 그동안 자리를 쭉 유지했다.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과 함께 5대 기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한 세월만 12년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올해 순위에서 밀려나면서 앞으로는 포스코그룹에 자리를 내어주게 됐다. 당장 정부가 주요 행사에 5대그룹 총수를 부를 때 신동빈 회장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그룹이 과거 ‘4대 그룹’ 얘기까지 들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순위 하락은 더욱 뼈아플 수 있다.

롯데그룹은 2017년 LG그룹과 공정자산 차이를 1조5천억 원가량으로 줄였다. 롯데그룹이 조만간 ‘4대 그룹’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재계 순위 하락을 그룹의 비전 부재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포스코그룹만 하더라도 과거 철강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새 성장동력인 2차전지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롯데그룹 역시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미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의 속도와 비교할 때 사업 다각화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이번 재계 순위 변화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포스코그룹과 롯데그룹의 순위가 뒤바뀐 것은 포스코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부동산 가치를 재평가해 공정자산 가치를 높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포스코그룹의 공정자산은 지난해보다 35조 원가량 늘어나 주요 그룹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10대그룹 가운데 롯데그룹의 공정자산 성장률은 적지 않은 편이다.

롯데그룹의 올해 공정자산 증가율은 6.6%다. 롯데그룹보다 증가율이 높은 기업집단은 10대그룹에 한정했을 때 포스코그룹을 제외한다면 SK그룹(12.1%)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삼성그룹 등의 공정자산 증가율은 각각 5.0%, 2.2%, 0.5%였다.

금액으로도 롯데그룹의 성장은 무시하기 어렵다.

롯데그룹의 공정자산 증가 규모는 약 8조 원인데 이는 SK그룹(35조 원), 현대차그룹(13조 원)보다 적지만 LG그룹(3조7천억 원), 삼성그룹(2조5천억 원), 한화그룹(2조6천억 원), GS그룹(5조 원) 등을 앞선다.

다만 실적을 놓고 보면 롯데그룹의 상황은 어려워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성과’를 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매출 71조8090억 원, 당기순손실 150억 원을 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10위권 안에서 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집단은 롯데그룹밖에 없다.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두산그룹 정도만 순손실을 냈을 뿐 대부분 기업집단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흑자를 냈다.

롯데그룹이 외부적 요인 탓에 공정자산에서 재계 순위 5위를 탈환하기 당분간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실적에서까지 밀리는 것은 자존심을 구기는 일로 여겨진다.
 
포스코에 밀린 롯데, 신동빈 ‘4대 성장동력’으로 ‘5대 그룹’ 복귀 노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사업들에서 얼마나 빨리 성과를 만들어내느냐가 자존심 회복에 중요한 열쇠로 보인다.

롯데그룹이 순손실을 낸 이유는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 탓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순손실 3187억 원을 봤다. 롯데하이마트와 한샘 등 자회사나 투자 회사 등의 실적 부진으로 손상차손이 대거 반영된 탓이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6년 연속 순손실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그룹의 주요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맡았던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순손실 3183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그룹이 재계 순위 5위를 회복하고 덩달아 그에 걸맞은 실적을 내는 것은 결국 신동빈 회장이 낙점한 새 성장동력이 얼마나 빠르게 안착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분야는 △헬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가지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법인을 연달아 설립하며 신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에는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을 2조7천억 원에 사들이며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롯데케미칼의 화학중심 사업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시동도 걸었다.

증권가가 올해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도 신 회장에게 위안거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은 4대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변화를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른 기업집단과 비교해 성장률이 앞섰던 만큼 앞으로도 기존에 해오던 대로 새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