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첨단공정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을 만큼 수율을 향상시키면서 경계현 대표이사는 고객사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공정의 수율을 눈에 띄게 개선하면서 안정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안정적 수율을 바탕으로 고객사 확장에 속도를 더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반도체업계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4나노 공정에서 경쟁사 대만 TSMC의 수율을 따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스스로도 올해 초 내놓은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도 “4나노 2세대와 3세대의 안정적 수율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IT정보유출자(팁스터) 레베그너스도 애플 경영진 회의록을 인용하면서 “4나노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수율은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르렀다"고 바라봤다.
특히 레베그너스의 삼성전자 수율과 관련한 언급은 단순한 업계 소식통의 전언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경쟁사이자 고객사인 애플의 경영진 회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첨단공정인 3나노, 4나노, 5나노 파운드리 수율은 70~90%로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율에 대한 대외적 평가가 바뀌는 것은 삼성전자를 향한 고객사의 신뢰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경 사장은 지난 2월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자리에서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의 성능과 수율을 극복해보자"고 독려한 바 있는데 최근 수율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 사장은 수율 개선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수를 점차 늘려가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가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구글 스마트폰 픽셀8에 들어가는 ‘구글 텐서3’ 칩을 4나노 3세대 공정으로 생산할 것으로 전해진다.
5나노 공정에서도 미국 암바렐라, 독일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비딘티스 등을 고객사로 유치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기업 엔비디아와 AMD도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고객사로 유력하게 꼽히는 기업들이다.
경 사장은 이들 기업에 TSMC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IT매체 노트북체크는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가 생산가격을 높이 책정할 때 고객사를 변경한 사례가 있다”며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에서 삼성전자의 3나노 기술을 채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경우 2020년 GPU 지포스 RTX3000 시리즈를 삼성전자에 맡긴 사례가 있어 수율안정화에 더해 가격협상에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얼마든지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AMD도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넓히고 있어 경 사장이 주목하고 있는 파운드리 고객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라인업에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라데온 그래픽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그래픽 솔루션을 확대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상호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이와 같은 협력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AMD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더한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데 2024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테일러 공장에선 5G,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들과 가까운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 첨단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해 효율성을 극대화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의 지정학적 긴장으로) 이번에 테일러에 짓고 있는 새 공장에 대해서 고객들이 굉장히 관심이 많다”며 “테일러 공장 때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사업을 같이 하자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소니 역시 자율주행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의 고객사가 될 기업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소니는 혼다와 전기차 합작법인 '소니혼다모빌리티'를 세우고 2026년부터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자율주행 레벨3는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대응하는 단계를 말한다.
특히 소니는 자율주행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대용량·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협력사로 채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초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3나노 1세대 공정이 안정적 수율로 양산이 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신공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3나노 2세대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