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대출 막히고 시멘트 수급차질에 파업 예고까지, 내년엔 더 힘들다

▲ 건설사들이 금리인상, 물류차질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있지만 2023년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사들이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2023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사실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돈줄이 막히면서 사업 진행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경기 오봉역에서 발생한 사고로 시멘트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으며 민주노총의 파업 결의로 물류대란 우려까지 나온다.  
 
10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연말 물류차질로 목표한 공정률 달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경영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일어나지 않아 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내년에 금리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여 중견건설사들이 부도를 맞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견건설사뿐 아니라 대형건설사들도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건설은 금융권이 아닌 계열사로부터 한 달 만에 1조 원을 조달받기로 결정했다. 

롯데건설은 2022년 2분기 기준 부채비율 150% 수준으로 안정적 체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다만 자금운용 안정성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조처일 뿐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롯데건설의 1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지분율 43.79%)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시장의 우려가 되레 커지는 분위기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영업적자 4239억 원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을 내놨다. 

여기에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천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만들 때 쓰이는 핵심소재인 동박을 제조한다.

롯데케미칼은 인진머티리얼즈 인수에 1조 원은 내부 현금으로 조달하고 남은 1조7천억 원을 차입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10월18일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공시했고, 이틀 뒤인 10월20일 1대 주주인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 동안 이자율 6.39%로 5천억 원의 자금을 차입하기로 했다.

롯데건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8일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3천억 원을 이자율 7.65%로 차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조차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견건설사들은 더욱 곤란한 처지에 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최근 시공능력평가 202위인 충남 건설업체 우석건설이 부도를 맞으면서 중견건설사의 줄도산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전국의 건설현장 곳곳이 멈춰서고 있다.

총 40개 건설사(233개 사업장) 실태조사에서 공사지연 사업장은 22곳, 중단 사업장은 9곳으로 조사됐다. 공사지연 및 중단 이유로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미실행(67%)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문제는 중견건설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에 치중돼 있어 금리가 더 오르고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사비 회수조차 어려워져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건설사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는 유동성 문제이고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현금이 마르는 상황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외부차입이 어려워 재무 여력이 약한 건설사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전국 9월 미분양 주택은 4만1604세대로 지난해 말(1만7710세대)과 비교해 2배 넘게 급증했다. 여기에 2023년에 부동산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을 고려해 올해 막판 분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늘어난 4만2096세대로 집계됐다.

금리도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 확실하다. 현재 3.00%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초에는 3.7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건설사들의 자금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차질에 발생해 공사진행에 장애가 되고 있다.

경기 의왕시 오봉역 사고로 시멘트 물류차질이 이미 현실화 했다. 지난 5일 오봉역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직원 1명이 작업 도중 화물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봉역은 수도권 최대 시멘트 출하기지로 수도권 시멘트 공급의 30~50% 규모가 이 역을 거쳐갔다. 오봉역 사고 수습과 조사에 길게는 한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시멘트 공급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사들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활용한 시멘트 수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쌍용C&E가 10일 자사의 영월공장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돼 시멘트 출하를 이틀 동안 중단하겠다고 밝혀 건설현장에 비상등이 커졌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오는 22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해 물류대란 우려까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제도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다.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2020년부터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 품목에 3년 시한의 일몰제로 도입됐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미 한 차례 진행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 유동성 지원에 적극적 나서고 있지만 한계에 부닥칠 것이란 시선도 많다. 

정부는 지난 10월23일 50조 원이 넘는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유동성 지원책을 내놨지만 신용등급 A1 이상 건설사가 대상이라 중견건설사들이 이를 지원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