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의 전기차용 동박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 임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진머터리얼즈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며 그룹 미래가치를 높이기 위한 작업을 핵심계열사 롯데케미칼에서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적극적, 신동빈 미래성장사업에 '진심'

▲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적극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은 미래 성장사업 확보에 진심으로 보인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가격으로 거론되는 2조5천억~2조7천억 원은 경쟁 동박기업과 비교할 때 다소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이르면 다음 달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존 대주주 지분 55.3%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와 관련해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진 2조5천억~2조7천억 원이라는 가격에 다소 의문이 제기된다”며 “일진머티리얼즈가 앞으로 실적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배터리 관련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인수 금액의 절댓값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은 과거 SKC가 SK넥실리스(당시 KCFT)를 인수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C는 2019년 KCFT 지분 100%를 1조2천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KCFT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이 2만 톤인 점을 보면 1만 톤당 6천억 원을 지불한 셈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과정에서 지분(53.3%)과 가격(2조6천억 원 안팎), 현재 일진머티리얼즈의 연간 동박 생산능력(6만4천 톤)을 고려하면 1만 톤당 8400억 원가량의 가치가 책정됐다는 계산이 선다.

최근 들어 전기차, 배터리, 배터리소재사업의 가치가 한층 더 높아졌지만 톤당 가치, 전체 인수 규모를 보면 신동빈 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규모가 2조7천억 원에 이르고 부채비율도 50% 내외로 양호하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공식적으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확정된 것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측과 단독으로 협상을 해왔다고 알려진 점, 롯데케미칼이 배터리소재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인수합병 투자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앞세운 ‘기업가치 상승’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회장이 8·15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그룹 첫 대형 인수합병 대상이 최근 부각되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관련 업체여서다.

최근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7월 부산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롯데그룹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에서 “자본시장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에 관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박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를 포함한 배터리 관련 기업들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증권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이 ‘태조이방원(태양광주, 조선주, 이차전지주, 방산주, 원전주)으로 묶이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 15%로 세계 4위 권인 데다 1위(SK넥실리스, 22%)와 격차도 크지 않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진머티리얼즈는 지난해보다 60% 증가한 영업이익 1100억 원을 거두고 2024년까지도 영업이익이 연평균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2분기 적자전환 등 실적 부진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롯데케미칼 주가 흐름을 보면 2020년 3월20일 11만4500원을 바닥으로 2021년 3월5일 33만8천 원까지 오른 뒤 최근 15만 원 안팎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1년 초 뒤 꾸준히 내리막을 걷고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2020년 3월 최저 수준과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의 기업가치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데는 화학사업에 쏠린 사업구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포트폴리오 비교분석을 통한 업황 하락기 (석유화학)업체별 대응력 전망‘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의 주력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대 수출대상국인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 악화 등을 이유로 에틸렌, 프로필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업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은 이 제품 사업 비중이 60%가 넘는 점을 지적했다.

강병준 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사업 구조상 실적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배터리소재사업에 이제 막 뛰어든 롯데케미칼이 단숨에 이 분야 주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도 노릴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김현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2023년 화학시황 전망이 불투명해 주가가 이미 주가순자산비율(PBR) 저점 수준까지 하락해있다”며 “다만 당장 본업 부진에 가려져 있지만 배터리소재사업을 향한 적극적 투자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