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이 배터리소재사업에서 주력인 양극재뿐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소재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원료로 사용돼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는 탄소나노튜브(CNT) 사업을 확장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사업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탄소나노튜브 사업 확대 서둘러, LG엔솔 경쟁력 지원까지 일석이조

▲ LG화학이 탄소나노튜브(CNT) 증설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소나노튜브 소재의 양극 도전재는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사업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LG화학 한 전시회에 참여해 차린 부스. 


13일 LG화학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2024년 6100톤까지 늘리기로 확정한 탄소나노튜브 연간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증설을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체적 추가 증설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탄소나노튜브 생산능력을 늘린다는 기존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선언하면서 3대 신성장동력(친환경소재, 배터리소재, 글로벌 신약)을 꼽았는데 배터리소재 가운데 탄소나노튜브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여수 1,2 공장 1700톤에서 2025년까지 5100톤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 뒤 올해 2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탄소나노튜브 연간 생산능력을 2026년 8500톤 이상까지 늘리겠다고 목표치를 수정했다. 6개월여 만에 생산능력 목표를 66% 이상 확대한 것이다.

LG화학은 8월 말 대산공장에 연산 3200톤 규모의 탄소나노튜브 4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탄소나노튜브 4공장이 가동하는 2024년 하반기에는 여수 탄소나노튜브 3공장(1200톤)까지 포함해 모두 61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LG화학이 배터리소재사업의 주력인 양극재뿐 아니라 탄소나노튜브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까닭은 탄소나노튜브가 LG화학뿐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와 열 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하면서도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소재다.

특히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내에서 리튬이온의 전도도를 높여 충전과 방전 효율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는 도전재로 쓰인다.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를 원재료 형태로 배터리기업에 공급하면 배터리기업은 배터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나노튜브를 가공해 탄소나노튜브 도전재(양극 도전재)로 적용한다. LG화학의 탄소나노튜브는 LG에너지솔루션에 주로 공급될 예정이다.

탄소나노튜브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하면 기존의 카본블랙 소재의 도전재를 사용했을 때보다 전기 전도도를 높여 도전재 사용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도전재 사용량을 줄인 만큼 배터리에 양극재를 더 채워 배터리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성능을 내는데 필요한 생산 단가가 카본블랙보다 월등히 낮은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올해 20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540GWh까지 대폭 늘어난다. LG화학이 양극재뿐 아니라 탄소나노튜브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1위를 목표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탄소나노튜브는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는 리튬황배터리, 전고체배터리에서도 주력 도전재로 검토되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 시장 성장 전망을 높게 보고 사업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세계 탄소나노튜브 수요는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매년 30% 이상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가 배터리소재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용 트레이, 전도성 도료, 도로 결빙 방지용 면상발열체 등에서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신규 적용 분야로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일례로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트레이에 탄소나노튜브 소재를 적용하면 우수한 전기 전도성을 바탕으로 고온을 견디고 분진, 전자파, 정전기 등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

LG화학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탄소나노튜브 개발을 진행해오면서 물성과 생산 효율성을 높인 성과도 거뒀다.

LG화학은 2011년 독자적으로 탄소나노튜브 연구개발에 착수한 뒤 2013년 20톤 규모의 시험생산 라인 구축했고 2017년 여수 탄소나노튜브 1공장을 가동했다. 현재까지 관련 특허만 300건이 넘는다.

특히 탄소나노튜브 생산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코발트(Co)계 촉매를 사용해 배터리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성이물 함량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현재 화학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철(Fe) 촉매는 코발트와 비교해 자성이물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별도의 후처리 공정이 필요하다.

최근 증설을 결정한 대산 탄소나노튜브 4공장에는 공정 개선 및 자동화를 통해 기존 여수 탄소나노튜브 공장들과 비교해 생산성을 20% 높이기도 했다.

LG화학은 양극재를 주력으로 분리막, 탄소나노튜브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배터리소재사업을 육성해 2030년 ‘세계 최고 종합 배터리소재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놓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런 전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에서 가파른 성장 가능성을 지닌 사업으로 탄소나노튜브를 꼽으며 “LG화학은 배터리소재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배터리소재사업은 기존 석유화학사업의 가치를 웃돌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