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이 반도체 첨단공정을 빠르게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곽 사장은 지난해 말 승진에 이어 올해 사내이사 선임까지 눈앞에 두고 있을 정도로 기대를 받고 있다. 올해 10나노급 4세대(1a) D램 양산 수율(완전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끌어올려 원가 경쟁력을 더 높이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수율이 경쟁력',  곽노정 4세대 D램으로 삼성전자 추격

▲ 곽노정 SK하이닉스 안전개발제조총괄 사장.


2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1년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 10나노급 4세대(1a) D램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가운데 수율에 따라 삼성전자와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 좁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은 10나노대 D램부터 세대별로 알파벳 기호를 붙인다. 1a는 1x(1세대), 1y(2세대), 1z(3세대)에 이어 4세대 기술인데 세대가 높아질수록 회로 선폭이 미세해지고 성능도 개선된다.

또 4세대 D램은 3세대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이 약 25% 늘어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SK하이닉스는 ASML의 극자외선(EUV) 기기를 2대 도입해 4세대 D램을 생산하고 있다. 극자외선 공정은 기존 공정과 비교해 미세한 회로 선폭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SK하이닉스의 첨단공정 개발과 양산은 곽노정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곽 사장은 반도체 기술개발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포스트 이석희’로도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3월30일에 열리는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을 앞두고 있다.

곽 사장은 1994년 현대전자에 입사해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공정기술그룹장, 제조·기술부문 D&T기술그룹장, 제조·기술부문 디퓨전기술그룹장 등을 거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미세공정 개발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 사장은 '수율은 곧 경쟁력'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2021년 1월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 생산기술의 총합은 수율로 정의할 수 있다”며 “수율을 업계 최고(Best In Class)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모든 역량을 모아 추진하고 있는 목표”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에서 4세대 D램 비중은 2021년 4분기 기준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를 2022년 말에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극자외선(EUV) 기반 4세대 D램 양산을 선제적으로 진행했던 SK하이닉스는 1위 삼성전자와 D램 점유율 격차를 더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 차이는 2021년 3분기 16.8%에서 2021년 4분기 12.6%까지 좁혀지는 등 SK하이닉스는 최근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곽 사장은 10나노급 4세대 공정 제품 중에서도 첨단 기술력이 적용되는 DDR5 D램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수율이 경쟁력',  곽노정 4세대 D램으로 삼성전자 추격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4Gb 용량의 DDR5 D램 칩(아래)과 모듈. < SK하이닉스 >


차세대 D램인 DDR5는 기존 DDR4보다 속도는 2배 이상 빠르고 전력 소모량은 10% 이상 낮다.

다만 DDR5는 생산량이 아직 적고 DDR4보다 가격이 40% 이상 높아, 전체 PC용 D램 가운데 점유율이 2%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인텔이 최근 DDR5를 최초 지원하는 데스크톱과 노트북 PC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출시하는 등 DDR5 수요가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인텔은 DDR5 D램을 지원하는 서버용 CPU도 2022년 하반기에 내놓는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이 올해 고사양의 서버 채택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DDR5는 서버용 CPU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2년 전체 D램시장에서 DDR5 점유율이 5%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서버에서는 DDR5 점유율이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최초로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인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지연으로 DDR5 출시도 지연됐다”며 “올해 하반기 신규 CPU 공급 및 DDR5 비중이 급증하면 D램 업황이 더 좋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