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와 60대로 접어드는 나이가 연임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삼성SDI와 재계에 따르면 전영현 사장의 대표이사 임기가 2020년 3월에 끝나기 때문에 벌써부터 연임 여부를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전 사장은 2017년 3월 조남성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삼성SDI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당시 삼성그룹은 국정농단사건에 휘말려 연말 사장단 인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주요 계열사 중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의 유탄을 맞은 삼성SDI만 대표이사 교체가 이뤄졌고 3년이 지나 전 사장만 임기 만료를 맞게 된 것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전 사장의 성과는 두드러진다.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 실적 부진 속에서 삼성SDI의 실적증가는 돋보인다.
삼성SDI는 2016년 매출 5조2천억 원에 영업적자가 9300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 사장이 취임한 뒤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늘었고 올해는 매출 10조 원, 영업이익 7천억 원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 사장은 취임 당시 “삼성SDI의 자산과 저의 경험지식이 결합하면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는데 어느 정도 현실로 이뤄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 사장은 삼성SDI의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 사장은 이전까지 소형전지사업 의존도가 컸는데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중대형전지사업의 비중을 늘렸다. 2018년 말로 예정된 헝가리공장 가동을 상반기로 앞당기고 유럽에서 적극적 수주활동을 벌여 성과를 냈다.
삼성SDI의 소형전지 매출 비중은 2016년 48%에서 올해 4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나 중대형전지 매출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35%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형전지는 2020년 흑자로 전환해 이익에도 기여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올해 삼성그룹의 인사폭은 2016년 말과 비슷하게 최소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 안정에 중점을 둔 보수적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사장이 실적개선에 힘입어 연임에 성공한다면 무척 이례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과거 이건희 회장의 비서실 출신이었던 김순택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10년 가까이 지낸 것을 제외하면 대표이사 연임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박상진 전 대표가 2014년 3월 한 차례 연임을 하긴 했으나 제일모직과 합병이라는 큰 과제가 있던 때로 박 전 대표는 합병을 마무리한 뒤 연말 임원인사에서 곧바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SDI 대표이사는 줄곧 삼성전자 출신이 맡아왔다. 전 사장 역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을 맡다가 삼성SDI로 이동했다. 삼성전자의 혁신 DNA를 삼성SDI에 이식해야 할 적임자로 꼽혔다.
다만 삼성의 ‘60세룰’을 고려할 때 전 사장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국내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에 삼성SDI 배터리도 포함된 것 역시 부담이다. 삼성SDI는 배터리 자제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보고 있지만 화재사고의 파장이 커지면 아무래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전임자인 조남성 전 사장이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의 영향으로 교체된 점을 고려하면 전 사장의 연임 여부를 가르는 데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 사장은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의 수습을 맡아 사장 직속의 품질보증실을 신설하는 등 제품 신뢰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도 선제적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안전대책을 내놓는 등 흔들린 신뢰를 다잡기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전 사장은 “화재 원인과 관계없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글로벌 선도업체로서 책무”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시장의 불안과 사회적 불안감 등 에너지저장장치 안전을 향한 우려가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1960년 태어나 2020년에 만 60세를 맞게 된다. 삼성그룹이 2017년부터 사장단인사에서 60세를 넘기면 퇴진하는 기조를 운영하고 있기에 전 사장이 이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8년 연말 사장단인사에서도 60세를 넘긴 김창수 전 삼성생명 사장과 안민수 전 삼성화재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60세를 넘긴 후에도 부회장으로 자리를 지킨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등의 사례가 있기에 섣부르게 예단하기는 이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