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실트론 매각 막판 고심, 웨이퍼 가치 상승에 SK하이닉스 자회사로 편입하나

▲ SK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가치 상승에 SK실트론을 매각하는 대신 SK하이닉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계열사인 SK실트론의 경영권 매각을 두고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리밸런싱 차원에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웨이퍼를 확보할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이혼에 따른 1조3천억 원대의 재산분할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는 7월24일 대법원에서 내려지는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에 따라 최 회장이 당장 SK실트론 개인 지분을 처분할 필요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재계 취재를 종합하면 SK그룹과 두산그룹이 SK실트론 매각을 놓고 6개월 넘게 가격 협상을 이어가면서, 올해 최대 인수합병(M&A) 거래로 꼽혔던 계약이 결국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SK그룹은 2025년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계약(SP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SK실트론의 기업가치 상승과 그룹 반도체 밸류체인 중요성이 부각되며 최종 계약 체결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SK하이닉스가 SK실트론의 전략적 가치를 담은 보고서를 SK그룹 수뇌부에 올리며, 매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실트론은 글로벌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Si) 3위권 기업으로, SK그룹 지주사 SK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지분 19.6%를 더 가지고 있다. 최 회장도 개인적으로 TRS로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총수익스와프(TRS)는 주식 등 자산 매수자를 대신해 투자은행 등 재무적투자자가 자산을 사들이는 파생거래 계약이다. 총수익스와프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 주식 등 자산소유권은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다.

SK실트론이 2025년 매물로 나왔을 당시 기업가치는 약 5조 원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AI 인프라 투자 확산으로 웨이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이 반영되며 몸값이 7조 원에 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SK그룹과 두산그룹의 SK실트론 매각 가격을 둘러싼 이견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SK실트론을 매각하는 대신 SK하이닉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은 당초 재무구조 개선(리밸런싱)을 위해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그룹의 재무적 다급함이 해소되자, 핵심 반도체 소재 계열사인 SK실트론을 굳이 매각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SK그룹 차입금 규모는 102조 원으로, 2024년 대비 11조7천억 원 감소했다. 2023년 말 82조 원에 달했던 순차입금도 2025년 말 38조2천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최태원 SK실트론 매각 막판 고심, 웨이퍼 가치 상승에 SK하이닉스 자회사로 편입하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임원들이 2026년 7월1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SK실트론을 얼마든지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기준 54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10일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을 통해 265억 달러(약 40조 원)의 자금까지 확보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2027년 말에는 현재 시가총액의 40%를 웃도는 현금을 보유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27년까지 실적 성장세를 지속하며 500조 원 이상의 현금을 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태원 회장이 향후 5년 내 반도체 생산량을 현재보다 2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안정적 웨이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SK실트론 입장에서도 SK그룹 내 계열사로 남는 편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SK실트론은 SK그룹의 반도체 사업과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점이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두산으로 매각된다면, 두산의 신용도 등을 고려할 때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은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태원 회장 개인적으로도 SK실트론을 서둘러 매각해야 할 이유가 줄었다.

이혼소송 항소심 법원이 2024년 5월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 원으로 판결했을 당시에는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2025년 10월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최 회장은 2심에서 결정됐던 1조3808억 원의 재산분할 의무가 사라졌다.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 부분을 제외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고려하면, 노 관장의 최종 재산분할 규모는 항소심의 1조3808억 원보다 1심의 665억 원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일은 오는 24일이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