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스코 광양제철소 후판 공장에서 LNG 저장시설 등 극저온 환경에 강한 고망간강 제품이 생산돼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고망간강은 망간을 22.5~25.5% 함유하면서도 뛰어난 인성(파괴 저항력)과 인장강도(늘어짐 저항력)를 동시에 갖춘 것이 특징이다.
자성이 없어 방산 제품에 스텔스 기능을 제공할 수 있고, 영하 196도에서 견디는 극저온 저항력 등으로 군함, 전차, 장갑차 등 전략 무기에 적합한 차기 철강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일반 철강재에 비해 원가가 높고, 기술적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본격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철강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가 고망간강을 앞세워 글로벌 방산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지만, 방산 분야에 활용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망간강은 기존 스테인리스강이나 9% 니켈강보다 내구 성능이 우수하며, 영하 196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극저온 특성 덕분에 LNG 저장탱크와 선박용 연료탱크 등 민간 분야에 이미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망간강의 가장 큰 장점은 자성을 띠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전자기 탐지를 피할 수 있어 기뢰를 피하거나 스텔스 기능이 중요한 군사용 장비에 특히 유용하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신광호 대한민국 해군 군수사령부 함정기술연구소 연구원은 2024년에 낸 논문에서 “해양전에 사용되는 기뢰를 회피하려면 비자성 소재 선박이 필수적일 수 있다”며 “이는 고망간강이 전시 상황에서 선박과 승무원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고망간강은 기뢰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소해함정의 선체 재료로 적합하며, 현재 소해함정에 적용하고 있는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을 대체할 수 있다”며 “박판 생산 기술과 용접 공정의 표준화가 현 시점에서의 핵심 과제이며, 경제성 확보를 위한 공정 최적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망간강은 방탄 성능도 입증됐다.
포스코는 2017년 국제 공인 시험기관에서 철갑탄 관통을 막아낸 실험 결과를 확보해 전차, 장갑차, 지휘통제소 등 방산 플랫폼에의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협력해 군수용 차량, 기뢰 제거함, 극지 작전 장비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부품 공동 개발과 성능 평가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방산 소재로 활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남아있다.
현재 조선용 강재 두께인 6mm 이상의 판재 생산이 가능하며, 10mm 이상 판재에 대한 가공과 용접 기술까지 확보된 상태다. 하지만 군함 제작에 필요한 6mm 이하의 박판을 생산하려면 고도의 압연과 냉각 제어 기술이 필요한 상태다.
또 망간이 많이 들어간 박판은 깨지기 쉬운 특성이 있어, 얇게 만들 때는 더욱 까다롭고 전용 설비도 필요하다. 박판을 군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맞춘 규격과 실전 테스트 결과도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망간강이 방산 쪽으로는 아직 수요 개발 단계이고 LNG 운송 저장 설비에 치중돼 있지만, 정부의 방산 수출 확대 기조와 맞물려 실전 적용과 수출 가능성도 점차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 상용화를 위해서는 생산 가격을 더 낮출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고망간강은 기존 니켈강보다 원가가 약 30% 저렴하지만,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망간 함량이 높아 일반 강재에 비해 제조 비용이 높다. 특히 기존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FRP)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이 방산 산업의 핵심 전략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
가격과 기술 외 다른 진입장벽도 있다.
방산분야는 고도화된 품질 관리와 함께 각국의 인증 절차도 밟아야 한다. 무기체계와 호환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광양 LNG터미널 저장탱크 등 민간 프로젝트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있으나, 군수 분야에서 대규모로 활용된 적은 없다.
고망간강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약 256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망간 합금 시장은 연평균 7.4% 성장해 2027년 약 420억 달러(약 60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망간강이 심한 변형 후에도 비자성 특성이 저하되지 않는 만큼 잠수함, 함정, 구순용 전차에 적용할 경우 스텔스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 방산 소재로 수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