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3월2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 참석해 손을 모은 채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트럼프는 모두 옳았다'라는 문구가 쓰인 모자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전기차 판매 반등을 가져올 대응책이 마땅치 않고 이제껏 강조해 온 신사업 쪽 성과도 불투명해 일론 머스크를 향한 책임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CEO는 22일(현지시각) 진행한 테슬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정부효율부 업무와 관련해 들이는 시간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와 증권사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던 요구에 마침내 응답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테슬라 주주 다수는 그동안 여러 차례 "머스크 CEO가 경영에 집중하지 않으면서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일론 머스크 CEO는 올해 1월20일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래 대통령 자문 역할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론 머스크 CEO가 테슬라에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는 투자자와 분석가 우려가 많았다”고 짚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이번 결정이 테슬라 사업 성장을 이끌 확실한 해결책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테슬라가 큰 폭의 실적 부진과 판매량 급감 등 깊은 위기의 골에 빠졌음에도 머스크 CEO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단순한 '경영 집중'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테슬라 2025년 1분기 매출은 증권가 예상치를 8.3% 하회하는 193억4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익성 지표인 주당순이익(EPS)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Y 출시 지연 가능성을 비롯해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경영 난제에 직면해 있다. 머스크 CEO가 복귀한다 해서 판매를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땅치 않다.
테슬라의 수혜가 예상됐던 트럼프 정부 정책도 전기차 지원책 축소와 관세 인상에 따른 생산 원가 상승, 중국 시장 부진 등으로 도리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 스페이스X와 xAI를 포함한 5개 기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 활동이 아니라도 테슬라에 경영 역량을 집중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일론 머스크가 행정 업무에 시간을 덜 쏟더라도 그의 관심사는 분산될 것”이라고 짚었다.

▲ 테슬라가 3월8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연 모델Y 부분변경 차량 '주니퍼' 출시 행사에 방문객이 모여들고 있다. <테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정부를 향한 반감이 전 세계 소비자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테슬라 판매 하락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증권시장도 머스크의 선택에 호응했다. 콘퍼런스콜을 전후해 테슬라 주가는 미국 나스닥 장외거래에서 5%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머스크 CEO가 소비자 수요를 끌어올릴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도 테슬라를 겨냥한 시위대를 향해 “뒷돈을 받았다”라고 주장하며 극우 성향의 정치적 관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테슬라가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등 신사업에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이다.
머스크 CEO는 이른바 ‘신사업 팔이’로 주주 여론을 달래곤 했지만 언제까지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테슬라 기업가치는 다른 완성차 제조사나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
주가가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고점 대비 50% 이상 떨어졌음에도 증권사 목표주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리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각각 15%와 19.7% 하향 조정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시간을 더 들임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히려 CEO 교체를 비롯한 책임론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머스크 CEO의 존재감과 미래 구상에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던 만큼 그를 향한 투자자 신뢰가 낮아지면 자연히 큰 폭의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뉴스위크는 3월22일자 기사를 통해 “머스크가 테슬라 실적이나 기업 이미지를 크게 해쳤다고 판단하면 이사회가 그를 퇴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 휘트먼 경영대학원 소속 데이비드 박 기업가정신 부교수 발언을 인용한 보도였다.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의 트럼프 정부 참여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타격으로 이어져 이른 시일에 큰 변곡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테슬라에 ‘일론 머스크 시대’가 막을 내리는 계기를 맞을지는 앞으로 미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책 및 투자자 마음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