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분석한 뒤 공정한 경쟁이 제한될 구조적 요인이 여럿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17일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AI 시장 경쟁 상황을 확인한 뒤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소비자 이슈를 분석해 '생성형 AI와 경쟁'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생성형 AI와 경쟁'이라는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모습. |
이번 보고서는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크게 주목받는 '생성형 AI' 국내 시장을 분석한 결과물로, 공정위가 관련해 펴낸 첫 보고서다.
공정위는 현황을 점검한 뒤 생성형 AI 시장은 구조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서비스 개발에 많은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면서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은 "규모의 경제와 이용자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도 나타날 수 있어 시장 진입장벽이 발생할 수 있다"며 "생성형 AI 시장에 새 사업자의 진입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는 경쟁 압력을 저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상당한 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 물량 등 거래조건을 두고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끼워팔기를 강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고객 확보나 이탈 방지를 위해 배타조건부 거래를 강제하거나, 사업자 간 협력·제휴 중 기술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자금력이 풍부한 수직통합 사업자가 투자·인수 등을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과, 데이터 수집 시 실질적 동의를 받지 않아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AI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해외 사업자가 국내 사업자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AI 반도체 부문에서는 엔비디아 제품이 다른 기업 제품 대비 높은 수요와 선호도를 기록했다.
클라우딩 컴퓨팅 부문에서도 해외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이 우위에 있다고 봤다.
국내 CSP인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기존 시장 진입자인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해외 CSP가 인프라 구축과 AI기능 확장 역량 등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기반 모델 부문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글, 메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국내 사업자 네이버, 카카오, LG, KT, 엔씨소프트 등이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 측은 "필수 인프라를 확보한 해외 빅테크 위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사업자보다 상대적 경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공정경쟁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데이터 수집·활용에 있어서 AI 사업자가 소비자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정거래법·소비자법 규율 가능성 등 제도 개선도 후속 연구로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새로운 형태의 기업결합도 공정위가 심사를 할 수 있을지도 검토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플렉션AI의 핵심 인력을 채용하고 주요 지적 재산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과 같은 사례다.
이준헌 공정위 시장감시정책과장은 "데이터 수집 등과 관련해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일부 학계의 견해 등이 있지만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업결합 관련 내용도 심도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