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마이크론 실적 발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반도체업황을 점검할 수 있는 풍향계로 여겨진다.
▲ 메모리반도체 업황 풍향계로 여겨지는 마이크론이 현지시각으로 18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
국회의 탄핵 소추안 가결로 국내 증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주 주가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나온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마이크론은 현지시각으로 18일 실적을 발표한다.
마이크론의 회계연도는 8월이 마지막으로 1분기 9~11월, 2분기 12~2월, 3분기 3~5월, 4분기 6~8월로 구분된다. 마이크론은 이번에 2025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셈이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전부터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JP모건은 16일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주당 180달러로 제시해 종가 108.26달러보다 상승여력이 66.2% 남아있다고 봤다.
JP모건은 2025년 초 범용 D램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실적이 내려올 수 있지만 엔비디아 내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늘어 이를 상쇄할 것으로 바라봤다.
JP모건은 마이크론 1분기 실적이 목표치를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자체 실적 목표로 1분기 매출 87억1천만 달러, 영업이익 26억 달러, 주당순이익 1.8달러를 제시했다.
마이크론의 1분기 실적 자체는 물론 향후 실적 목표와 업황 분석 등은 국내 반도체업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의 업황 예상과 실적 목표치는 국내 증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제 마이크론이 현지시각으로 9월25일 예상치를 뛰어넘는 2024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주가가 16.89% 급등하자 9월26일 삼성전자(4.02%)와 SK하이닉스(9.44%)는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당시 마이크론은 2025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올해보다 최소 4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1분기 회계연도 목표치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규모로 설정해 국내 반도체업종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반도체업종 불안감이 올라왔을 때 단비 역할을 한 셈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엔비디아 효과를 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자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 실적 성장에 관한 확신은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는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주당 130~140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6일 중국 정부 반독점법 조사를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정부가 12월 중 중동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를 상대로 인공지능 칩 판매에 제동을 거는 규제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통해 중국으로 인공지능 칩이 밀거래되고 있어 미국 정부가 제재 카드를 쓰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엔비디아에 직접 고대역폭메모리(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내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즉 고대역폭메모리에 관한 잡음을 범용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단단하다는 취지의 마이크론 실적이 해소해야 하는 셈이다.
이밖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각각 최대 64억 달러, 4억5천만 달러의 보조금을 약속 받았지만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다. 반면 마이크론(61억6500만 달러)과 인텔(78억6천만 달러), 대만 TSMC(66억 달러)는 보조금을 확정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지급을 받지 못한 점은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업황을 둘러싼 부정적 전망 속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선제적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정적 동향이 공식화할 2025년 1월 실적 발표 시즌을 선제적으로 주목해야 한다”며 “이미 현재 주가에 부진한 실적 흐름이 반영된 상태에서 2025년 하반기부터 반도체업황이 개선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