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논의되는 국면에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소방수 역할을 맡아 국내 증시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관투자자 순매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고 있는데 향후 추가 밸류업펀드나 증시안정펀드가 투입되면 순매수세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탄핵 정국 속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수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43% 상승한 2417.84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5.52% 오른 661.59에 장을 마쳤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이 성립하지 못한 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78%, 5.19% 하락마감했는데 이날 대부분 회복한 것이다.
국내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689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기관투자자가 5379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떠받쳤다.
기관투자자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줄곧 국내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5일부터 이날까지 매 거래일 순매수하면서 2조2681억 원어치를 담았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수급에는 쏠림 현상이 관찰된다.
같은 기간 국내증시에서 기관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7439억원과 1671억 원어치 담았다. 총 순매수 규모에서 두 종목의 합이 약 40%에 육박한다.
사실상 국내증시 ‘투톱’ 종목에 집중하면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데 향후 증시에 투입될 밸류업(기업가치제고)펀드 자금과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자금이 더해지면 두 종목을 향한 순매수세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이번주에 700억 원, 다음주에 300억 원의 추가 밸류업펀드를 집행할 것이며 향후에 3천억 원 규모의 2차 펀드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최대 10조 원 규모의 증안펀드 투입도 시사하고 있다.
밸류업펀드나 증안펀드는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투입되는데 이에 따라 규모가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급이 더욱 강하게 더해질 수 있다.
증시를 효과적으로 부양하기 위해선 사실상 대형주를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기관투자자들이 위 두 종목에 추가적 수급을 기대하는 심리도 더해질 수 있다.
앞서 증안펀드가 실제로 도입됐던 2003년 시기와 2008년 시기에 글로벌 대비 한국증시의 상대강도가 강해졌던 경험이 있다.
이 가운데 증안펀드가 가동되면 시총 비중은 높으면서 시총 대비 거래대금은 낮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선방할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현재 반도체업종의 국내증시 시총 비중은 약 24%로 1위다. 2위인 건강관리(약 12%)의 두 배를 웃돈다.
그러나 반도체업종의 시총대비 거래대금은 약 0.5%로 IT가전(0.38%), 자동차(0.4%)에 이어 시총비중 10위 업종 가운데 하위 3위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가 실제 집행되면 시총 비중이 크면서 거래대금이 적어 증안펀드 수급으로 탄력적 반등이 가능할 수 있는 반도체, IT가전, 자동차, 조선 등 업종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 원달러 환율 급등이 역설적으로 반도체 등 대형 수출주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한편 비상계엄 이후 환율 급등으로 반도체 등 대형 수출주들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외국인 매도 등으로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 하락폭이 컸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초대형 수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외 증권가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부담으로 꼽힌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범용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망이 어둡다며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조정했다. 마찬가지로 국내 유진투자증권도 두 종목의 목표주가를 모두 낮춰 잡았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