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이 이른 시일에 미국 정부와 반도체 투자 보조금 관련 계약을 체결한다. 마이크론 미국 뉴욕 반도체 생산공장 가상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 법안에 따라 최종 보조금 지급 계약을 곧 체결한다. 인텔과 TSMC, 글로벌파운드리에 이어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수조 원 단위의 대규모 지원금을 받는 기업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이를 확정짓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임기 중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9일 뉴스채널9를 비롯한 언론에 “마이크론의 반도체법 최종 계약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미국 뉴욕주에 1천억 달러(약 143조 원)를 들여 메모리반도체 공장 4곳을 신설한다.
상무부는 이와 관련해 61억4천만 달러(약 8조8천억 원)의 투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구체적 지원 금액은 최종 계약 과정에서 소폭 변동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는 내년 1월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반도체 지원 대상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TSMC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 66억 달러(약 9조4천억 원), 인텔은 78억5천만 달러(약 11조 원)의 보조금을 받는 최종 계약을 상무부와 체결했다.
글로벌파운드리도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에 15억 달러(약 2조1천억 원)의 직접 지원을 받는다.
현재까지 바이든 정부가 수 조 원대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기업 가운데 최종 계약 시기가 아직 예측되지 않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64억 달러(약 9조1천억 원), 텍사스인스트루먼츠는 16억 달러(약 2조3천억 원)의 지원금을 받기로 되어 있다.
상무부는 보조금 지급을 위한 최종 계약 과정에서 기업들의 투자 계획과 일자리 창출 목표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지원 규모를 책정하고 조건을 수립한다.
이런 절차가 늦어져 내년 1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다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며 인센티브 대신 수입관세 인상으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마이크론이 이른 시일에 미국 정부와 반도체 보조금 계약을 체결하는 일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인 만큼 삼성전자에도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워싱턴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제프 지엔츠 백악관 비서실장은 9일 정부 관계자들에 반도체 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예산 집행을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중 약속했던 정책을 마지막까지 최대한 시행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이 이유로 제시됐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향한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도 이른 시일에 윤곽을 보일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반도체 패키징 설비 투자와 관련해 4억5천만 달러(약 640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기로 해 향후 상황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마이크론의 대규모 설비 투자에 보조금 지급 계획을 확정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쟁에 대응해야 할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에 대형 메모리반도체 공장 건설을 발표한 유일한 기업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물론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포함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수성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낸다면 물량 공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전체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공급 과잉이나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모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및 SK하이닉스 패키징 공장에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계획이 최종 결정된다면 이를 만회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 폐지에 목소리를 내는 반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이와 관련해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40여 일만을 남겨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안에 상무부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정부 지원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상무부와 삼성전자 사이 반도체 보조금 논의는 한때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 가을부터 다시 본격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