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그래픽 D램인 GDDR(Graphic Double Data Rates Dram)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부진 극복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025년 2월 역대 최고 성능을 지닌 GDDR7 기술을 공개할 예정인데, GDDR7은 엔비디아와 AMD 등이 제작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전자가 내년 2월 열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역대 최대 성능의 GDDR7 D램을 공개하는 등 차세대 그래픽 D램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 부진 만회를 시도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그래픽D램 이미지. <삼성전자 뉴스룸> |
성능이 향상된 GDDR7이 AI 반도체용 HBM 수요 일부를 대체하고 온디바이스 AI, 자율주행차 등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가 GDDR로 HBM 실기를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내년 2월 ‘반도체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72회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초고속 GDDR7 기술과 제품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 2월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ISSCC 일정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월19일 24기가비트(Gb) 용량에 초당 42.5Gbps 전송 속도를 지닌 차세대 GDDR7 D램을 공개한다.
삼성전자가 공개할 GDDR7의 42.5Gbps는 역대 최고 속도다.
시장에 공개된 제품 가운데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 ‘RTX4090’은 마이크론의 GDDR6X를 탑재했다. 해당 GDDR6X의 속도는 24Gbps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칩셋 ‘블랙웰 RTX50 시리즈’도 28Gbps 속도의 GDDR7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 블랙웰 RTX50 시리즈는 내년 CES2025에서 공개된다.
삼성전자가 ISSCC에서 GDDR7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18일 ISSCC에서 GDDR7 인터페이스용 42Gbps 속도를 지원하는 GDDR7용 PAM3 수신기만 공개한다.
▲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2월19일 오전 10시55분 삼성전자가 24Gb 용량에 42.5Gbps 속도를 내는 차기 GDDR7 D램을 발표할 것이란 일정을 공개했다. < ISSCC > |
이 수신기는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안정적으로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지만, 행사에서 GDDR7 제품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열린 ISSCC에서는 32Gbps 처리속도의 GDDR7 제품을 최초 공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ISSCC 발표는 고속 수신기 회로 설계 기술에 대한 논문으로, 학술적 내용에 집중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GDDR7을 활용하면 초당 2.7TB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갖춘 그래픽카드를 제작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GDDR7을 활용한 그래픽카드가 초당 1.5TB를 처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경쟁우위에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GDDR7 제품을 엔비디아, AMD 등의 차세대 그래픽카드용으로 공급해 HBM에서 빼앗긴 AI 메모리 시장 입지를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IT 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의 GDDR7은 2026년 이후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엔비디아의 RTX60 시리즈 등 향후 그래픽카드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0년 GDDR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42.3%로 선두를 달리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에 1위를 빼앗겼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점유율 42.4%, 삼성전자는 39.4%를 기록했다.
GDDR은 당초 그래픽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D램이다. 하지만 일반 D램과 비교해 대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하는데 특화된 AI 칩셋과 고성능 컴퓨팅(HPC), 자율주행차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GDDR이 앞으로 HBM을 일부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캐나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가 GDDR6 D램를 적용해 만든 AI 칩셋 '웜홀' 이미지. <텐스토렌트 홈페이지> |
HBM은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주류 메모리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비싼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반면 GDDR은 HBM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가격대비성능(가성비) 측면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다.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캐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텐스토렌트 등은 자사가 개발한 AI 반도체에 GDDR D램을 탑재하고 있다.
올해 7월 사전주문을 시작한 텐스토렌트의 AI 반도체 ‘웜홀’은 HBM이 아닌 GDDR6를 메모리로 사용한다. 성능은 엔비디아 H100 AI 반도체의 3분의1 수준이지만, 가성비가 높은 GDDR 메모리 사용으로 가격은 H100에 비해 20분의1 수준이다.
게다가 생성형 AI의 데이터 학습용 AI 칩셋에는 주로 HBM이 채택됐지만, 학습된 AI를 바탕으로 추론하는 AI 칩셋용으론 GDDR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인텔로는 세계 GDDR D램 시장 규모가 2023년 58억 달러(약 8조1천억 원)에서 2032년 126억 달러(약 17조6천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