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11-20 14: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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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5년 반도체업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에 반도체 특수가스 알짜사업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SK그룹과 효성그룹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결국 매각 가격이 관건인데 사모펀드가 기업가치 하락을 이유로 가격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매각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SK그룹이 자회사 SK스페셜티 매각을 두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앤컴퍼니와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반도체 특수가스사업을 하는 자회사 SK스페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한앤컴퍼니와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SK그룹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SK스페셜티 매각을 결정하고 9월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제조할 때 필요한 특수가스를 생산한다. 삼불화질소(NF3)가 주력 제품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쥐고 있는 1위 업체다.
SK스페셜티의 시장가치가 4조 원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매각 철회와 효성화학 특수가수사업 매각 협상이 결렬될 수 있다는 소식이 SK스페셜티 시장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특수가스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10월 초 매각이 철회됐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산소와 질소, 아르곤 등을 정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공급한다.
에어프로덕츠인터내셔널은 지분 100%를 최대 5조 원 수준에 매각하길 희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배 수준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평택5공장(P5)에 특수가스 공급 시점이 불확실해지며 희망가격을 밑도는 수준에서 인수가격이 형성되자 에어프로덕츠인터내셔널이 매각을 철회했다.
이어 상각전영업이익 20배 수준으로 매각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 매각도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화학은 화학업황 부진과 대규모 재무부담에 특수가스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IMM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도 SK스페셜티와 같이 반도체웨이퍼 이물질을 제거하는 삼불화질소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1조1천억 원에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 합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측이 가격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2025년까지 반도체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안정적 성장이 기대됐지만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이 늘고 범용 D램 생산이 줄면서 반도체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는 2025년 D램 재고가 높아져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재고 축적을 위해 주문한 고객사들의 부진한 수요에 현물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역대급 과잉 재고에 고객들은 2025년 중순까지 재고를 축소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중국 D램 1위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첨단 D램인 DDR5 이전 세대인 DDR4 생산량을 늘리며 저가로 공급하고 있는 점도 메모리업황에 부담을 주고 있다.
▲ 2025년 반도체업황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 반도체 특수가스 사업을 영위하는 알짜매물 매각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도 알짜 매물로 여겨지던 반도체기업 매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 이후 반도체산업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됐다”며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가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SK스페셜티의 매각 가격으로 언급되는 4조 원은 상각전영업이익 20배 수준이다.
SK스페셜티가 1위 업체이고 SK하이닉스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두고 있지만 최근 반도체업황이 분위기를 고려하면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내려오며 한앤컴퍼니가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쥘 수 있는 셈이다.
SK그룹은 SK스페셜티의 반도체사업 시너지 등을 감안해 일부 지분을 보유한다는 계획을 세워 가격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구조조정(리밸런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협상 의지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SK그룹은 최근 SKC 자회사 SK넥실리스의 박막사업부를 어펄마캐피탈에 950억 원에 매각했다. 박막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은 100억 원 안팎 수준으로 1천억 원 수준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기대치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협상이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치사슬에 속한 업체들은 국내 종합반도체기업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매각가격이 높았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인수 이후 실적이 악화한다면 재무약정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어 가격협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