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는 급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전동화 부품 수주를 늘리기 위해 슬로바키아에 세번째 유럽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현대모비스 스페인 배터리시스템 공장 조감도. <현대모비스>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유럽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전기차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오는 2030년 4928억7천만 달러(약 679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4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유럽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상 전동화 부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슬로바키아에 전기차 핵심 부품인 PE(Power Electric. 구동장치) 시스템 공장을 건설한다. 체코와 스페인 공장에 이어 유럽 지역 세 번째 전동화 부품 생산 거점이자, 유럽 첫 PE시스템 생산 거점이다.
슬로바키아 새 거점 구축에는 약 3500억 원이 투입된다. 새 생산 거점은 약 10만5799㎡(약 3만2천 평) 부지에 들어서며, 내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유럽 지역에 연간 30만 대 규모의 PE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다.
이는 유럽 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설비투자 속도 조절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 투자와 현지화 전략으로 유럽 자동차 제조사를 고객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28조5245억 원, 영업이익 1조1788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4.1%를 기록했다. 다만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영향을 받아 올해 상반기 모듈과 핵심부품 사업 가운데 전동화 부품 매출은 3조60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6%나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합계 추산치)는 각각 14조111억 원, 66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3.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3월19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제4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실적 개선을 위해 전동화 부품 사업의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유럽은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이면서 품질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시장으로, 회사는 그동안 유럽 시장에서 고객 특화 제품으로 수주를 늘려왔다.
현지 맞춤형 영업 전략으로 회사는 지난해 폭스바겐 그룹을 대상으로 전동화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스템(BSA)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고, 2022년 하반기부터는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전용 모델에 들어가는 섀시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완성차 대상으로 92억2천만 달러(약 12조7천억 원)의 전동화 부품을 수주하며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당초 지난해 해외 수주 목표를 53억58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설정했지만, 목표 금액보다 38억5800만 달러(약 5조 원) 많은 수주실적을 올리며 72% 초과 달성했다.
회사는 최근 3년 사이 현대차그룹이 아닌 글로벌 완성차로부터의 수주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회사는 올해 해외 전동화 부품 수주 목표치를 지난해 목표치보다 배 가량 늘린 93억4천만 달러(약 12조9028억 원)로 설정했다.
회사가 전동화 부품 수주에 집중하는 것은 현대차그룹 공급에 비해 해외 완성차 업체에 제공하는 전동화 부품이 더 마진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규모의 경제에 이르지 못해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는 전동화 부품 사업 매출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 오히려 회사 전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해외 전동화 부품 거점을 빠르게 늘려 규모의 경제 달성과 함께 해외 완성차 수주를 통한 수익성 개선 등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규석 사장은 지난해 말 임시주총에서 “앞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 매출 비중을 높이고, 현대차·기아의 안정적 매출 기반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 매출을 더하는 외형 성장이 필요하다”며 “전동화 거점의 글로벌 확장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