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기존 맥주 중심의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소주 및 소맥(소주와 맥주를 합친 것)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에서는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맥주만으로 해외시장에서 서구권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쟁하기에는 품질, 가격 등 여러 면에서 부족한 상태로 평가받고 있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 품은 이유, 맥주 소주 양날개로 해외공략 절실했다

▲ 오비맥주가 파리올림픽을 시작으로 본격 해외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올림픽 공식 파트너 오비맥주 카스가 코리아하우스 내에서 운영한 카스 포차. <오비맥주>


이러한 상황에서 맥주 이외의 새로운 수출 무기로 소주를 낙점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서는 오비맥주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앞두고 대표 상품인 맥주 카스만으로는 국제무대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해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오비맥주는 제주맥주 인수와 관련해 “오비맥주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카스의 수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스만으로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이 나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해외시장의 동향을 살펴보면 오비맥주가 맥주만으로 공략할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를 공략할 때 통상 국내 기업이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 오비맥주의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만 살펴봐도 해당 국가에서 판매되는 맥주 가격은 통상 약 5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물류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오비맥주가 가격적 부분에서 맥주로 경쟁하기 매우 어렵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은 맥주 수입에 대해 기본 관세율 52.5% 이상의 비교적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관세 이외에도 주류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상 등의 안건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이네켄, 칼스버그 등의 업계 대표주자를 제외하고는 수입맥주가 자리잡기 어려운 환경으로 분석된다.

북미와 유럽 시장은 더욱 파고들기 힘들다.

독일, 미국 등에서는 이미 품질, 맛, 인지도 등 여러 방면에서 한국보다 뛰어난 맥주가 시장에 넘쳐난다. 벡스와 에딩거, 파울라너, 버디와이저 등 맥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 브랜드가 시장에 널려 있다. 카스가 이들과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오비맥주는 이에 대한 돌파구로 제주소주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한 것은 국내 소주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아직 국내 제품출시 계획도 없다”며 “소주사업에서는 수출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의 제주소주 인수가 맥주 단독 사업과 비교해 해외에서 안착할 가능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동남아시아 주류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소주 제품을 내세우는 것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주는 다른 해외 국가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한국만의 차별화된 주종인데다 비교군도 많지 않아 가격 설정에 있어서도 제약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주류에 대한 수요 가운데 소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과일소주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과일소주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소주에 비해 도수가 높지 않아 독하지 않고 쓴 맛이 적어 마시기 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제주소주는 수출 전용 과일소주를 생산해온 만큼 해당 제품군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의 소주 시장 규모는 2019년 115억 원에서 연평균 44% 가량 증가해왔으며 2027년까지 연평균 10%씩 증가해 72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오비맥주로서 충분히 공략할 가치가 있는 해외시장인 셈이다.
 
오비맥주가 제주소주 품은 이유, 맥주 소주 양날개로 해외공략 절실했다

▲ 오비맥주가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비맥주>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는 소주를 통해 맥주 수출도 함께 늘어나는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오비맥주가 맥주만으로 서구권 시장에서 경쟁하기 힘든 만큼 소주와 함께 한국 고유 주류 문화인 ‘소맥’을 선보인다면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소주를 구매할 때 맥주도 함께 구매하는 ‘결합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해외시장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제품을 출시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며 “맥주와 소주를 각각 선보일 예정이지만 시너지 효과가 일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소주는 2011년 제주 향토기업으로 출발해 2016년 이마트에 인수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제주소주 인수를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인수 다음해인 2017년 ‘푸른밤’이라는 소주를 출시하며 본격 소주사업을 시작했지만 ‘참이슬’, ‘처음처럼’에 밀려 국내 소주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며 고전했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2016년 19억 원에서 2020년 106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마트는 결국 2021년 3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철수하고 신세계그룹 주류 계열사인 신세계L&B에 제주소주를 넘겼다. 제주소주는 이후 소주 위탁생산(ODM) 중심의 사업을 전개했다.

신세계L&B가 8월 제주소주를 인수한지 3년 만에 물적분할하면서 매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오비맥주는 최근 국내 주류 브랜드 최초 올림픽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며 파리에서 ‘카스 포차’라는 한국식 포장마차 테마의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