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의 반고체 배터리가 대량생산 및 상용화 시점에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ATL 배터리팩 전시장 참고용 사진.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가 전고체 배터리로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시기가 크게 늦어지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4일 학술저널 IEEE스펙트럼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이 선보인 반고체 배터리가 전기차 분야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점차 주목받고 있다.
IEEE스펙트럼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발간하는 학술지다.
반고체 배터리는 현재 2차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을 고체와 액체의 중간 단계인 젤 형태의 물질로 채우는 기술이다.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상위 배터리 제조사들은 꿈의 기술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해질을 완전히 고체 상태로 구성해 더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또는 반고체 전해질을 활용하는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고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게 낮아져 전기차의 단점을 크게 보완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여러 기술적 난제가 남아있고 생산라인도 기존의 배터리와 완전히 다르게 구축해야 해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IEEE스펙트럼은 반고체 배터리가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대량생산에 매우 큰 장점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미 다수의 업체가 반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출시 시기가 불투명한 전고체 배터리와 비교해 우위를 보이는 요소로 지목됐다.
CATL과 BYD,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등 중국 업체들은 반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기술 개발 및 양산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은 이미 일부 차량에 반고체 배터리를 시범적으로 공급해 상용화한 사례가 있고 실제로 새 기술을 통해 전기차 주행 거리를 큰 폭으로 늘렸다고 강조한다.
IEEE스펙트럼은 “현실적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에 상용화될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대량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고려한다면 다소 회의적”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반고체 배터리를 선보이며 차세대 전기차 기술 경쟁에서 사실상 중국의 승리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CATL과 BYD는 이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반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만약 반고체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보다 수 년 앞서 양산이 시작되며 다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선택을 받는다면 전고체 기술이 자리잡기는 어려워진다.
지금보다 앞선 배터리 기술을 원하는 고객사들의 잠재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참고용 사진.
그러나 출시 시기가 지나치게 늦어지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남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받는 기술에 그치고 말 수도 있다.
결국 삼성SDI와 토요타 등 전고체 배터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이 최대한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 고객사에 분명한 장점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됐다.
한국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2028년까지 상용화에 성공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IEEE스펙트럼은 중국 정부도 최근 반고체 배터리를 넘어 전고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60억 위안(약 1조1444억 원)의 자국 산업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 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반고체를 넘어 전고체 배터리 기술까지 확보하며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다만 스티브 마틴 아이오와대 소재공학과 교수는 IEEE스펙트럼을 통해 “반고체는 결국 전고체 배터리를 위한 중간 단계의 기술일 뿐”이라며 “전고체 분야에서는 어떤 기업도 분명한 우위를 갖추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특정 국가나 업체가 중장기 배터리 기술을 지배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할 수 없다며 아직 경쟁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