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SSG닷컴과 G마켓을 언급하며 ‘무료배송을 위해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게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4년 신년사에서 SSG닷컴과 G마켓을 언급하며 ‘무료배송 조건’을 지적한 만큼 두 계열사로서는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3일 유통업계에서는 SSG닷컴이 무료배송 기준을 바꿀 수도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난해 7월 G마켓이 무료배송 기준을 원래대로 돌릴 때만 해도 SSG닷컴은 무료배송 기준 변경에 대해 검토한 것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계열사들 가운데 SSG닷컴과 G마켓을 언급하면서 SSG닷컴이 놓인 상황이 그때와는 달라졌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SSG닷컴과 G마켓이 경쟁사보다 친절하다고 자신할 수 있냐”며 “고객이 여기저기서 쿠폰을 찾도록 숨바꼭질 시키고 무료배송을 위해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게 하지 않냐”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무료배송 조건’을 직접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유통업계 안팎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스타벅스 사례가 있어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스타벅스가 위기를 극복할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고 결국 23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말한 바 있다. 스타벅스는 2022년 ‘서머 캐리백 폼알데하이드’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리고 신년사에서 스타벅스가 언급됐던 지난해 스타벅스는 e-프리퀀시 증정품 구성을 바꿨다.
캐리백 폼알데하이드 사태로 인해 2022년 대표 자리에 오른 손정현 SCK컴퍼니 대표이사는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초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사례를 놓고 봤을 때 정 부회장의 신년사 언급이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단 얘기다.
▲ SSG닷컴은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이 출시되면서 월 2회 제공했던 무료배송 서비스를 없앴다. <신세계그룹>
SSG닷컴과 G마켓은 지난해 6월 신세계그룹 통합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이 출시되면서 무료배송 기준을 바꿨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 출시 이전까지 SSG닷컴은 월 2회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G마켓은 1만5천 원 이상 구매하는 스마일클럽 회원들에게 무료배송을 해줬다.
하지만 SSG닷컴은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이 출시되면서 월 2회 제공했던 무료배송 서비스를 없앴다. G마켓도 1만5천 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서비스를 폐지했다.
무료배송은 소비자 민감도가 높은 서비스 가운데 하나다. 정 부회장 말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이 무료배송을 위해 이런저런 조건을 맞추게 하면 소비자 경험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실제로 신세계유니버스클럽 출시 후 인터넷커뮤니티에는 무료배송 서비스 축소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소비자들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이 때문인지 G마켓은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이 출시된지 약 1달 만에 무료배송 서비스를 다시 내놨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 회원이 ‘스마일배송’ 상품을 1만5천 원 이상 사면 횟수 제한 없이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G마켓과 달리 SSG닷컴은 월 2회 제공했던 무료배송 서비스를 부활하지 않고 있다. SSG닷컴은 멤버십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2만 원 이상 구매 시 쓱원데이 무료 배송과 4만 원 이상 구매 시 쓱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평소 SSG닷컴을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신선식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쿠팡 로켓프레시에서 무료배송을 위해 1만5천 원 이상 구매하는 것은 쉽지만 SSG닷컴에서 4만 원 이상을 채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