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차세대배터리 초석 다져, 최윤호 전고체로 LG엔솔 추월 노린다

▲ 삼성SDI가 차세대배터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앞지르기 위해 차세대배터리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 증설로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다소 더딘 행보를 보이며 주도권을 내준 것으로 평가되는데 전고체배터리 개발에는 반 보 앞선 행보로 차세대 기술 주도권을 선점할 준비를 하고 있다. 
 
2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전고체배터리가 2차전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면서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 2차전지로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다르게 전고체배터리는 액체상태 전해질이 아닌 고체 상태 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덕분에 전고체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와 비교해 구조적으로 더 단단하고 안정적이다.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고체배터리에서는 폭발이나 화재 위험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부품을 줄일 수 있어 에너지밀도가 높아진다. 이는 주행거리가 대폭 늘려 전고체배터리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선 삼성SDI가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에 가장 서두르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삼성SDI의 전고체배터리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2030년보다 3년 빠르다. 

삼성SDI는 18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센터에서 열리는 모터쇼 ‘오토 상하이 2023’에서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전고체배터리 개발의 로드맵을 소개하고 있다. 

전고체배터리 시험 라인을 갖춘 곳은 국내에서 삼성SDI뿐이다. 현재 삼성SDI 수원 연구소에서 건설 중인 전고체배터리 시험(파일럿) 라인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올해 안에 시제품 생산을 한다는 계획도 마련돼 있다.

앞서 2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 시험라인에 직접 방문할 정도로 전고체배터리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도 중요도가 높은 차세대 사업으로 평가된다.

삼성SDI가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사에 다소 밀린 시장 입지를 차세대배터리에서 확실히 회복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0조1241억 원, 영업이익 1조8080억 원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25조5986억 원,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을 냈다. 

삼성SDI가 매출은 조금 적어도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수익성 측면에서 우수한 영업을 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부터는 삼성SDI를 영업이익에서도 크게 따돌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FN가이드가 종합한 컨센서스(증권사 실적추정치 평균)를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36조9639억 원, 영업이익 2조9658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44.4%, 영업이익은 144.3% 늘어나는 것이다.

반면 삼성SDI는 매출 23조9994억 원, 영업이익 2조1501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의 전년 대비 성장률이 각각 19.25%, 18.9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성장 속도의 차이는 두 회사의 외형 확장에 대한 태도에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SK온도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계획을 공격적으로 실행하는 동안 삼성SDI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며 더딘 행보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당장 올해부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제 혜택을 받는 것과 달리 삼성SDI는 2025년에야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침투율 확대로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만큼 전고체배터리에서 남들보다 앞선 기술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을 통해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최윤호 사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초격차 기술경쟁력, ‘최고의 품질’,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이라는 경영 방침 아래 임직원 모두가 하나 되어 글로벌 톱 티어 회사 달성을 앞당길 수 있도록 힘찬 발걸음을 내딛겠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신년사에서도 2030년 글로벌 톱티어 회사가 되기 위해 과제들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자면서 “전기차용 배터리 신제품 적기 개발 및 차세대 기술 선행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삼성SDI의 연구개발 계획에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 차세대배터리 초석 다져, 최윤호 전고체로 LG엔솔 추월 노린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미래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앞지르기 위해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으로 1조763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5.4%다. 

이에 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비용으로 매출 대비 3.4%인 8760억 원을 투입했다. 삼성SDI가 절대적 액수로도, 매출 대비 비율로도 연구개발에 더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에는 완성차업체들도 다수 뛰어든 만큼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본 토요타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목표시점을 삼성SDI보다 1년 앞선 2025년으로 잡고 있다. 토요타는 전고체배터리 특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 역시 전고체배터리를 내재화해 2030년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로 차세대 배터리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도 국내 배터리업계에 힘을 보탤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전고체배터리를 포함한 최첨단 2차전지 기술개발에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고체배터리 양산기술을 세계최초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차전지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며 “2차전지는 반도체와 함께 우리 안보·전략 자산의 핵심”이라며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첨단산업 전선에서 우리 기업이 추월당하지 않고 우위의 격차를 확보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