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성과급 400만 원과 주식을 지급한 것을 놓고 불만이 커지면서 노사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나온다.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철강업황 회복을 타고 수익성을 회복할 계획을 세웠는데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이 생산 안정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성과급 논란 계열사로 번지나, 현대제철 생산 차질 빚을까 촉각

▲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현대차와 기아의 성과급을 둘러싼 불만이 확산돼 노사 갈등으로 격화될 가능성에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20일 계약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에게 1인당 특별격려금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현대모비스 노동조합은 격려금 액수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모비스위원회 의장은 17일 서울 역삼동 현대모비스 본사에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특별격려금을 놓고 논의했으나 지급 규모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전해진다.

앞서 17일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최대 실적 달성의 보상으로 다음달 2일 직원 1인당 400만 원과 주식 10주(기아는 24주)를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같은날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현대트랜시스도 격려금 300만 원을 모든 직원에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최근 특별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여파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안 사장은 지난해 현대제철의 실적 부진을 딛고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펼쳐 현대제철의 이익체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는데 우선 현대차·기아발 특별성과급의 여진을 차단하는 데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7조3406억 원, 영업이익 1조6166억 원을 거둬 2021년보다 영업이익이 33.95%나 꺾였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현대제철은 영업손실 2759억 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제철은 수익성 후퇴의 원인으로 지난해 하반기 시황 악화와 2달 넘게 이어진 파업으로 인해 고정비가 증가한 점을 꼽았다.

지난해 현대제철 노사는 격려금 지급에서 비롯된 극심한 갈등 끝에 해를 넘겨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했는데 올해도 이런 갈등이 반복되면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와 기아가 모든 직원에 400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자 동등한 수준 성과급 지급 요구하며 5월부터 146일 동안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한 뒤 9월부터는 62일 동안 게릴라 파업을 벌였다.

다만 올해는 현대제철 노조측이 특별성과급 지급을 놓고 지난해 만큼 강력한 요구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5개 지회(당진, 인천, 포항, 당진하이스코, 순천)는 현재 현대차와 기아의 특별격려급 지급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 포항지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대차·기아 특별성과급 지급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 나온 입장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연락이 닿은 나머지 지회에서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이는 지난해 현대제철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2년 전인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2조8499억원, 영업이익 2조4475억원을 거두며 사상 처음 영업이익 2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현대차·기아와 동등한 수준의 격려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차별'에 맞설 가장 큰 근거가 부실해진 셈이다.

하지만 아직 노조측의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만큼 현대차·기아와 같은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사장은 올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를 경영방침으로 내걸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부품 부족 문제가 점진적으로 해소되면서 완성차 생산 회복이 본격화하는 만큼 자동차 강판 수요 회복에 대응하고 핫스탬핑강 등 전략 강종 판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110만 톤의 차강판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를 다져 안정적 생산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으로 여겨진다.

현대제철은 최근 4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극단의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노사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 가운데 1개 지회가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됐던 통상임금 산정 방식을 올해 완전히 해결했고 근무형태도 노사 합의로 4조2교대로 전환해 노무 리스크가 걷혔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2021년 통상임금 문제와 관련해 당진지회를 제외한 4개 지회와 개별교섭을 통해 합의를 마쳐 동일한 임금체계를 갖췄으나 당진지회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회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었다.

4조2교대는 작업조를 4개 조로 편성해 2개 조는 주간과 야간으로 나눠 12시간씩 근무하고, 나머지 2개 조는 휴무하는 교대근무 형태를 말한다. 4조3교대와 비교해 하루 근무 시간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지만 연간 휴무일이 80일 이상 많아져 근로형태 가운데 가장 인간중심적 근무제로 평가된다.

현대제철 당진 지회는 최근 소식지에서 "약 20년 동안 유지해온 4조3교대를 벗어나 새로운 근무형태의 변경에 조합원들의 걱정과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올해를 4조2교대 완성의 해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