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억대 연봉 성과급 잔치는 정규직 얘기, 비정규직은 얼마 받을까

▲ 17일 윤창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 급여의 절반 이하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시중은행이 고금리 시대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로 벌어들인 이자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억대 연봉 성과급 잔치'는 정규직 이야기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평균 급여는 정규직과 여전히 큰 차이가 났다.

동시에 시중은행은 비용절감 등의 차원에서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흐름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 시중은행에서 받은 총급여 현황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비정규직(임원 제외)은 2021년 1인당 평균 약 4943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5대 시중은행의 정규직 평균 급여 1억1064만 원의 45% 수준이다.

2021년 1인당 비정규직 평균 급여는 우리은행이 6618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6315만 원), 하나은행(4980만 원), 국민은행(3807만 원)이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은 2995만 원으로 가장 적었다.

정규직 평균 급여 순서는 비정규직과 거의 반대로 나타났다.

2021년 1인당 정규직 평균 급여는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각각 1억1698만 원과 1억1675만 원으로 1억1천만 원을 넘겼고 하나은행(1억856만 원)과 신한은행(1억783만 원), 우리은행(1억310만 원)이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평균 급여 차이는 농협은행이 3.9배로 가장 컸고 국민은행도 3.1배로 3배 넘게 나타났다. 하나은행(2.2배)과 신한은행(1.7배), 우리은행(1.6배)은 2배 안팎의 차이를 보였다.

5대 시중은행에서 비정규직은 보통 본사와 영업점 등에서 사무와 영업업무 보조, 내부통제 및 기업금융업무 지원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아휴직 대체인력 등도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퇴직 후 다시 채용되는 인력,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 계약직도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별 비정규직 업무에 따른 급여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비정규직 가운데 20대 초중반 사회 초년생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 계약직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따라 은행별 평균 급여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영업점에서 만나는 직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두 정규직 직원들이다”며 “기본적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업무 자체가 달라 급여 체계가 다르고 같은 업무를 하는데 낮은 급여를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업무 자체가 은행업무 특성상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로 해 단순히 변호사나 회계사 같은 전문 계약직뿐 아니라 업권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분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분들이 많으면 평균 급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억대 연봉 성과급 잔치는 정규직 얘기, 비정규직은 얼마 받을까

▲ 은행들은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비정규직 규모가 큰 은행일수록 평균 급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 ESG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0월 기준 전체 직원 1만6161명 가운데 2637명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율은 16.3%로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뒤이어 국민은행(1580명, 9.2%), 신한은행(956명, 7.0%), 하나은행(853명, 6.9%), 우리은행(712명, 5.0%) 순서로 나타났다. (2021년 말 사업보고서 기간제근로자 기준)

비정규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급여가 높은 전문 계약직보다는 급여가 낮은 일반 계약직 비중이 높다는 뜻일 수 있다.

평균 급여 인상 속도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다소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정규직 평균 급여가 2017년 9383만 원에서 2021년 1억1064만 원으로 4년 사이 18% 오르는 동안 비정규직 평균 급여는 3991만 원에서 4943만 원으로 45% 상승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문 계약직이나 퇴직 뒤 재채용 인력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시중은행은 최근 몇 년 사이 비용절감 등을 위해 희망퇴직 이후 재채용 규모를 꾸준히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은행들은 지속해서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에서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정규직 직원이 12%(1619명) 줄어드는 동안 비정규직 직원은 73%(361명) 늘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에서는 정규직이 10%(1719명) 줄고 비정규직은 49%(523명) 증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도 같은 기간 비정규직이 각각 27%(201명)와 16%(99명) 늘었다. 정규직은 각각 6%(740명)와 2%(289명) 줄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하면 이와 함께 계약직 인력 채용공고를 함께 내고 있다”며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업무 범위도 계속 확대되고 있고 선택적 근무 등 시간제 근무도 할 수 있어 퇴직 후 계약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점점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보고서를 내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서는 2021년 말 기준 4101명의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전체 직원 5만7274명의 7% 수준이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