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그룹 조선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호황에 발맞춰 실적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3사 노사는 공동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핵심인 현대중공업이 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김형관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과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사장단 인사에서 서로 자리를 맞바꾸기로 한 만큼 현대중공업 대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진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져 온 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3분기 영업이익 143억 원을 내며 분기 기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수주 135억9600만 달러를 기록해 연간 수주목표(113억4600만 달러) 달성률 119.8%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수주목표를 모두 채운 것으로 내년부터 본격적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를 모두 거느린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도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4분기부터 지속된 영업손실을 털어내고 3분기 흑자전환(영업이익 1888억 원)에 성공했다. 한국조선해양도 올해 10월에 연간 수주목표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한 탓에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풍부한 일감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연간 흑자전환을 바라보고 있어 임단협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 7월19일 현대중공업 노사가 2022년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있다.
2018년 11월부터 현대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한 부회장은 매년 임금협상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5월 상견례 뒤 2019년 임금협상과 2020년 임단협을 타결짓는데 2년 2개월이나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노사의 갈등이 골이 깊어지며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을 벌였고 2021년 7월에는 크레인을 점거하는 전면파업도 불사했다.
올해 4월에도 2021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와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2년 동안 조선 부문에서 저조한 설비 가동률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노조의 파업 역시 저조한 가동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3분기 조선 부문 평균가동률 63.2%, 지난해 연간 조선 부문 평균가동률 63.6%를 보였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8월 2021년 임금협상을 위한 ‘2021년 임금교섭 상견례’에서 “강재가 인상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지만 노사가 힘을 합치면 최고의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가 양보와 대화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교섭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정착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노조와 매일 집중 교섭을 진행하며 접점을 찾고 있다”며 “회사는 열린 마음으로 조합과 소통해 합의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