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롯데몰' '스타필드' 인천서 격돌, 신동빈 정용진 자존심 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천에서 복합쇼핑몰 개발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펼친다.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무대는 인천이다. 신 회장은 송도국제도시에, 정 부회장은 청라국제도시에 각각 그룹 최고의 복합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천 최고의 복합쇼핑몰을 만들겠다는 두 오너경영인의 의지가 워낙 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두 복합쇼핑몰 사이에는 20km 거리가 있지만 평판에서 승부가 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롯데와 신세계의 자존심이 걸린 셈이다.

신 회장은 롯데몰송도를 지역 랜드마크로 개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정 부회장도 이미 스타필드청라를 기존 스타필드와 차별화한 ‘2세대 스타필드’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인천에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9월7일 롯데몰송도를 놓고 경관 심의를 진행한다. 롯데몰송도는 롯데쇼핑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센트럴파크 인근에 짓는 복합쇼핑몰이다.

롯데몰송도 개발은 오래 된 계획이다. 롯데그룹의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2010년 11월 사업 부지를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로부터 1450억 원에 매입했다.

사업 시행자인 롯데쇼핑은 애초 롯데몰송도를 2015년에는 개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내외부적 환경 변화를 이유로 개장 시기를 2019년, 2022년 등으로 계속 미뤄왔다.

롯데쇼핑이 복합쇼핑몰 개발을 일부러 미룬다는 ‘공사 지연’ 의혹에 인천시가 10억 원을 따로 과세했을 정도다.

롯데그룹이 롯데몰송도 개발에 다시 몸을 풀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11월이다.

롯데쇼핑은 2021년 11월 사업변경 설명회를 열고 롯데몰송도 건축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롯데쇼핑은 비슷한 시기에 롯데몰송도의 개발을 담당해온 100% 자회사 롯데송도쇼핑타운을 흡수합병하기도 했다.

롯데쇼핑 최고경영진의 교체 탓에 경관 심의 일정이 늦게 잡혔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롯데몰송도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겠다는 것이 롯데그룹의 입장이다.

신동빈 회장도 롯데몰송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은 변경된 설계안을 보고받은 뒤 해당 사업부지를 방문해 “최고의 설계로 롯데몰송도를 지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몰송도의 건축 설계는 리처드 마이어 건축가가 맡고 있다.

그는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 건축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정통 후계자로 일컬어지는 건축가다. 1984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백색의 건축가로 불릴 정도로 흰색을 선호한다.

신 회장이 세계적 건축가에게 롯데몰송도의 청사진을 맡겼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과 다름없다.

정용진 부회장 역시 인천 대표 랜드마크격인 복합쇼핑몰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이 선택한 지역은 청라국제도시역 인근이다. 롯데몰송도에서 직선거리로 20km가량 떨어진 곳이다.

정 부회장은 24일 유정복 인천광역시장과 만나 청라국제도시에 야구 돔구장과 함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청라를 만들겠다는 뜻을 전달하며 스타필드청라 건설을 공식화했다.

정 부회장의 스타필드청라 개발 계획도 롯데몰송도 못지 않게 오래 묵은 사업이다. 2017년부터 추진해왔다.

하지만 외부 환경 탓에 사업이 빠르게 진척되진 않았다. 급기야 2021년에는 정 부회장이 야구 돔구장과 함께 개발하기 위해 스타필드청라의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직접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나 의사를 전달한 만큼 앞으로는 사업 진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스타필드청라의 준공 예정 시기는 2027년이다.
[오늘Who] '롯데몰' '스타필드' 인천서 격돌, 신동빈 정용진 자존심 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타필드청라를 2세대 스타필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품고 있다. 사진은 두바이에 있는 새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 IMG월드오브어드벤처 모습.

정 부회장은 애초 스타필드청라를 구상할 때부터 신세계그룹이 여태껏 선보여온 스타필드와 다른 개념의 스타필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2016년에 2차례나 두바이를 직접 찾았을 정도다.

정 부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인 두바이 IMG월드오브어드벤처를 방문한 뒤 테마파크와 쇼핑시설이 어우러진 복합쇼핑몰을 스타필드청라에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필드하남과 스타필드코엑스몰, 스타필드고양, 스타필드안성이 모두 쇼핑몰의 성격을 짙게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테마파크 중심의 새 모델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자존심 싸움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두 그룹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산업뿐 아니라 야구단 운영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맞붙고 있다.

인천이라는 한 공간에서 20km 거리를 두고 벌어지는 복합쇼핑몰 자존심 경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