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반도체 TSMC 위주 재편, 삼성전자 선별적 수주로 규모 작아

▲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이 인텔과 퀄컴 등 전통적 강자로 꼽히는 기업에서 엔비디아와 대만 TSMC 등 신산업 분야 핵심기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TSMC와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대적할 만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냈지만 고객사 수주를 선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혜를 덜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증권분석지 마켓워치에 따르면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최근 10년 동안 주요 기업들의 기업가치와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 자율주행차, 가상화폐 채굴기기 등으로 시스템반도체 주요 사용처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시장 대응 능력에도 차이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 강자인 엔비디아와 이를 위탁생산하는 TSMC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PC용 CPU, 퀄컴은 스마트폰 프로세서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시장이 모두 수 년 전부터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이들 기업의 성장세도 둔화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의 그래픽반도체와 인공지능 반도체는 머신러닝, 자율주행 등 핵심 신산업에 널리 사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TSMC도 이를 위탁생산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켓워치는 “엔비디아는 시스템반도체 기술력뿐 아니라 이를 구동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수 년째 완성해왔다”며 “인텔 등 경쟁사에 크게 앞서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엔비디아는 물론 경쟁사인 AMD, 퀄컴 등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의 제품을 대부분 위탁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텔의 CPU와 GPU를 위탁생산하는 계약도 수주했다.

삼성전자도 TSMC와 같이 이들 반도체기업을 대부분 고객사로 두고 있지만 위탁생산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시스템반도체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다소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 레이먼드제임스는 마켓워치를 통해 “삼성전자는 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갖추고 있지만 생산 능력이 TSMC보다 적고 고객사를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다만 레이먼드제임스는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TSMC 이외 반도체 파운드리기업도 시스템반도체시장에 꼭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이 대부분의 물량을 TSMC에 위탁하고 있는 데 따른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삼성전자가 향후 고객사 반도체 수주 물량을 더 확대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레이먼드제임스는 “TSMC의 반도체 생산에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이는 시스템반도체업계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며 “세계 경제에 큰 악영향이 닥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특히 엔비디아나 AMD와 같이 신산업 분야를 주도하는 반도체기업의 위탁생산 물량을 늘릴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 TSMC 위주 재편, 삼성전자 선별적 수주로 규모 작아

▲ 시장 조사기관 팩트셋의 주요 시스템반도체기업 시가총액 변화 추이.

주요 시스템반도체기업의 위상 변화는 지난 10년 동안 이들의 기업가치 순위 변화에도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텔은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 시가총액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퀄컴이 2위, TSMC가 3위, 엔비디아와 AMD는 4~5위권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TSMC가 2020년부터 인텔을 제치며 시가총액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고 2021년 하반기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TSMC를 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인텔 시가총액은 3위, AMD는 4위, 퀄컴은 5위인데 세 기업의 시가총액은 각각 2천억 달러 미만에 그치고 있고 TSMC 시가총액은 약 5천억 달러 이상,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54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데 전체 시가총액 약 400조 원에서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앞으로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늘린다면 시스템반도체가 전체 기업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될 수 있다.

마켓워치는 “엔비디아와 TSMC 시가총액 합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포함된 기업 30곳의 시가총액 총합에 30%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