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성과급 논란에 빠르게 대처해 그룹 총수까지 튄 불똥을 수습했다.

회사의 중요한 도약을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구성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됐다.
 
[오늘Who] 이석희가 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 전광석화 수습한 까닭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5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4일 중앙노사협의회에서 성과급제도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논란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게 됐다.

이석희 사장이 적극적으로 소통을 확대하면서 노사 사이 신뢰를 깨뜨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사장은 구성원들의 틀어진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장은 합의안 도출 이후 구성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여러분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CEO로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구성원과 소통방식 수준과 체계를 혁신하겠다”며 “‘신뢰는 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받는 것'이라는 구성원의 말을 가슴에 담아 제가 앞장서 실천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사장이 몸을 낮추고 이번 논란을 빠르게 가라앉히면서 회사뿐 아니라 SK그룹의 부담도 덜게 됐다. 

최태원 회장이 연봉 반납까지 밝히며 성과급 논란에 대응에 나섰는데 논란이 장기화하게 되면 자칫 최 회장도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연봉 30억 원을 반납하겠다고 했음에도 구성원들 사이에서 실질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최 회장의 연봉을 구성원들이 나누면 1인당 10만 원 수준에 지나지 않아 진정성과 달리 오해가 일 가능성도 있었다.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돼 재계 전반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작은 구설수라도 가볍지 않게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장은 곧바로 메시지를 내 “올해는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초점을 스스로에게 옮겼다. 논란이 불필요한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일을 막고 노사 사이 협의의 문제로 사안을 돌려놓았다.

이어 열린 협의회에도 직접 참석해 성과급 논란의 본질이었던 경제적부가가치(EVA)를 성과급 산정 기준지표에서 배제하기로 제안함으로써 신속하게 합의에 이룰 수 있었다. 문제의 핵심에 빠르게 접근해 논란의 장기화를 막은 것이다.

이 사장이 논란의 진화를 서두른 데에는 회사의 명운을 건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점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3천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2021년 말이면 1차 인수가 완료된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동요나 핵심인력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조직관리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시기다.

구성원의 불만이 쌓이면 합병 후 통합 과정 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논란 발생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일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하겠다는 볼멘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사장이 이례적으로 소통 부족을 사과하고 우리사주 혜택을 부여해 미래성장을 함께 도모하기를 요청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성과급 합의로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명분도 지켰다. 이 사장은 기업경영의 목적을 구성원의 행복에 두는 행복경영을 추진해 왔다. 구성원과 만나는 자리를 늘리고 구성원의 행복지수를 수치화해 측정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성과급을 향한 직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면서 자칫 행복경영의 진정성을 해칠 수 있는 위기도 넘어갈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조기에 논란을 종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쌓아온 신뢰관계가 바탕이 됐다는 시선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오랫동안 파업이 없는 등 비교적 원만한 노사관계를 이어왔다.

2020년 1월에는 실적 부진으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나 노사 사이 합의에 따라 미래성장특별기여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400%를 주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