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구의 불도저식 경영, 현대자동차그룹 빠른 성장의 원동력

“현대차의 발전은 속도위반 딱지를 뗄 정도이다.”(These days Hyundai could get ticketed for exceeding the limit.) -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 2010년 신년호
 
현대자동차그룹은 세계가 놀랄만한 속도로 대한민국 재계순위 2위, 완성차업체 글로벌 판매 5위권으로 성장했다.

이 원동력에는 정몽구의 정면돌파를 불사하는 뚝심, 불도저 같은 추진력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4시간 현장 지킨 정몽구
정몽구는 현장경영을 강조하는 CEO이다. 1974년 현대자동차서비스 사장으로 일할 때 그는 24시간 현장을 지키며 자동차 정비를 배웠다고 전해진다. 

정몽구는 “책상머리에는 답이 없다. 항상 현장에 가면 답이 있다”는 말을 늘 강조했다.

이런 노력 끝에 자동차 서비스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자 아버지 정주영은 정몽구에게 1977년 현대정공을 설립하여 맡긴다.

정몽구는 현대정공을 통해 전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40%를 차지했고 아버지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갤로퍼 성공
자동차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 정몽구는 자동차를 직접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있었기에 현대정공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었다. 

정몽구는 현대자동차에 없는 차종인 4륜구동 SUV를 만들면 괜찮을 거라 판단하고, 일본의 미쓰비시자동차와 협력하여 갤로퍼를 제작했다.

현대정공의 갤로퍼는 1991년 출시 두 달 만에 수익 330억 원을 거둔다. 갤로퍼는 당시 가장 인기가 높은 SUV였던 쌍용의 코란도를 제치고 3년 연속 판매 1위도 달성했다.

△재계 7위 기아차 인수
IMF가 터지면서 당시 재계 7위 기아차의 부도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 현대, 대우 등 재벌들이 기아차를 인수전에 뛰어든다. 승자는 현대자동차였다.

기아차 인수로 현대자동차는 년 200만 대의 생산능력 갖춘 자동차 생산업체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회사로 성장한다.

정몽구는 품질경영 내세우며 부품 하나하나 모든 것을 점검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아반떼, 소나타, 그랜저 등 히트 상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승승장구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독립
2000년 3월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이 일어난다.

정주영의 차남 정몽구와 5남 정몽헌 현대그룹의 패권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정몽헌이 단독 회장으로 추대되자 이를 계기로 정몽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현대자동차 등 10개 기업을 이끌고 현대그룹에서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독립했다.

이후 놀라운 추진력과 결단력을 보인다. 철강 당진공장 인수, 현대제철 출범, 일관제철소 준공, 현대건설 인수 등을 통해 자동차, 철강, 건설이라는 세 축을 뚜렷이 만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의 틀을 구축하고 재계 2위로 우뚝 성장한다.

◆ 정몽구의 불도저식 경영, 현대차의 변화를 늦췄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듯이 정몽구의 불도저식 경영이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성장한 원동력인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늘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력공사 부지 고가 매입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삼성동에 위치한 한전 부지를 매입했다. 감정가의 2배 수준에 낙찰받은 것이라 고가 매입 논란이 일었다.

5조 원 안팎일 것이라는 입찰 예상가격과 달리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입찰가는 10조5500억 원이었다.

현대차그룹 측은 주요 계열사들을 한 데 모아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고가 매입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한전 부지를 사는 데 썼던 돈이면 재규어-랜드로버(2조3천억 원), 볼보(2조1천억 원), 크라이슬러(4조4600억 원) 등을 모두 사고도 남는 돈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현대차그룹이 회사 성장보다는 부동산 매입에만 관심을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세타2엔진 결함 은폐 의혹
2017년 대규모 리콜 사태 역시 정 회장의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로 경직된 조직문화가 문제를 키웠다는 시각도 있다.

세타2엔진 결함으로 차량이 주행 중 시동 꺼지는 현상 발생하자 2017년 현대기아차는 세계시장에서 판매한 약 150만 대 차량 리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만 리콜을 해준 사실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결함을 일부러 숨겼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제작 결함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엔진결함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의 일방적인 불도저식 경영 스타일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라 품질문제 발생 가능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나 부서 사이 소통을 통한 정보공유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늦어지는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
급변하는 자동차시장 환경에서 현대차그룹의 체질 개선이 늦어지는 부분 역시 오너의 일방적 경영 스타일이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거 내연기관차량 중심이던 자동차시장은 완성차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와 공유차, 자율주행차 등에 관심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정보통신(IT) 분야가 접목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과 비교해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대중적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으로 회사를 키웟으나 앞으로 외부 기업과 협력하지 않고는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2017년 말부터 정보통신 기술과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에 강점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다른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에 비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금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