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종합식품회사로 변신 박차, 김홍국 공장식 양계사업도 바꿀까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월27일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읍의 익산제4산업단지에서 열린 하림푸드콤플렉스 기공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하림그룹>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공장식 양계사업을 정착해 성공신화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조류독감 등 전염병 확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함께 따라다닌다.

김 회장은 이런 비판을 의식해 동불복지농장 등을 통해 양계사업 구조를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구조 개선은 상당한 비용이 수반된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종합식품회사로 변신은 더욱 중요하다. 수익기반을 다져야 공장식 양계사업의 개선도 이워낼 동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내년 완공되는 전북 익산의 종합식품단지를 통해 양계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한층 더 속도를 낸다.

종합식품단지에서 사료용 곡물제조부터 사육, 가공, 유통까지 식품 제조의 전 과정을 처리한다. 가정간편식부터 즉석밥, 소스류까지 다양한 식품을 제조한다.

김 회장은 2016년 자회사 NS홈쇼핑의 외식브랜드 ‘엔바이콘’을 통해 가정간편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엔바이콘을 ‘식품연구소’로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식품이 어떤 것인지 탐구하는 정도로 활용했다면 종합식품단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셈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우선은 주력인 닭고기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개발에 집중한다”며 “종합식품단지 주변에 들어설 업체와 함께 즉석밥과 면요리까지 확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양계사업을 규격화하고 과학화해 국내 양계사업 성장을 이끈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병아리 10마리로 양계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매출 7조 원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공장식 양계산업이 조류독감(AI) 등 전염병의 확산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한국 가축 질병 관리에서 생산자 인센티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은 육류 소비는 많지만 국토는 좁아 공장식 밀집 사육이 발달했다”며 “이 때문에 가축 전염병 재발이 빈번히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하림그룹은 이에 비판에 대응해 지난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식품 브랜드 ‘그리너스’를 시작했다. 동물복지 인증은 가축들에게 활동할 공간과 친환경 사료 등을 제공하는 농장과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도축 방식을 채택한 공장 등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인증하는 제도다.

하림그룹은 위탁농가가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난해 10월 기준 13개였던 동물복지 농장을 7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전북 정읍의 가공공장도 유럽형 동물복지 시스템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다.

물론 업계는 생산 효율성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양계사업에서 하림그룹이 당장 구조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가면 양계시스템을 개선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물복지 농장은 조류인플루엔지와 같은 질병에 강하지만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고 공장식보다 키울 수 있는 닭도 적어 닭을 키우고 유통시키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식품은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하림그룹이 식품제조사업을 키운다면 당장의 닭 생산량 감소에 대응할 수 있고 그 여유만큼 동물복지 농장수도 늘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국내 양계업계도 유럽식의 동물복지 시스템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본다”며 “아직 정부의 본격적 지원은 없지만 하림그룹은 선제적 투자로서 동물복지 시스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국 회장은 1957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이리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8년 육계농장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양계사업에 뛰어들었으며 1986년 하림식품을 세웠다.

1990년 육가공업체 하림을 설립하면서 수직계열화를 시작했고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 올품 등을 인수한 뒤 2001년 하림그룹을 출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