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7-11-23 15: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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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그룹의 대표적 ‘재무통’으로 꼽히는 최형희 부사장을 두산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했다.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하는 데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는데 재무부담을 덜어낼 만한 묘안을 찾기가 쉽지 않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최형희 두산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3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로서 손동연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최형희 부사장이 최근 두산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에 선임됐다.
최 부사장은 21일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현재 두산중공업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최 부사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로 일하며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사장은 1961년생으로 강원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두산에 입사했다. 두산중공업 재무관리부문장과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의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거치는 등 재무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했다.
2015년 9월에 재무구조가 매우 좋지 않았던 두산인프라코어의 최고재무책임자에 선임돼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이끌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2분기 말에 순차입금(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것) 5조3634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부채비율도 280.5%로 높았다.
최 부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로 꼽혔던 공작기계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최고재무책임자에 선임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순차입금을 지난해 2분기 기준 4조695억 원 으로 대폭 낮췄다. 부채비율도 211.4%로 큰 폭으로 개선했다.
지난해 말에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현금 2141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 덕에 최 부사장이 다시 두산중공업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 부사장은 당분간 두산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두산중공업 자회사 두산엔진의 매각작업을 측면지원하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보유하고 있는 두산엔진 지분 42.66%를 모두 시장에 매각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매각가격은 1800억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두산엔진 매각 이외에 재무구조를 개선할 만한 뚜렷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는 점은 최 부사장에게 큰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이 이미 올해 5천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고 1년 만기의 사모채 500억 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만한 여력이 없을 것으로 투자금융업계는 바라본다.
매각할 만한 비주력계열사도 거의 없다.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또다른 주력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의 지분을 각각 36.4%, 77.8%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
비상장회사인 두산큐벡스(레져사업) 지분 32.6%를 보유하고 있지만 장부가액이 360억 원 안팎에 그쳐 뚜렷한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신규수주로 선수금을 확보해 재무부담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앞으로 경영효율화 작업을 통해서도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3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순차입금을 5조214억 원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보다 순차입금이 1조476억 원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